<흡연 후진국 오명 이번에 벗어나자>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김효진 기자]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흡연율은 42.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국민건강 훼손과 그로 인한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쓰나미처럼 덮쳐 올 것이 분명하다. 흡연인구를 줄이기 위한 확실한 방법은 정부도, 전문가도 모두 잘 알고 있다. 결국 '규제와 가격'이다. 흡연율 감소에 성공을 거둔 다른 나라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결단을 위한 사회적 논의는 더 늦기 전에 시작돼야 한다. '세계 금연의 날'인 31일을 맞아, 흡연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실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3차례에 걸쳐 나눠 싣는다.

(上) 관대한 사회 느슨한 정부


지난 주말 서울 혜화동 서울대학교 본관 앞. 환자복을 입고 링거 주사액을 단 환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여 병원 구내에서 가장 '쾌적한' 이곳이 흡연자들에게 독점 당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학교와 병원 등의 건물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2003년 이후의 풍경이다. 국립 병원 구내에서 입원환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굳이 "선진국에선 말도 안 되는 일"이란 예를 들지 않아도 매우 어색한 장면이다.

병원 관계자는 "구내 전면 금연을 강제할 법적 명분이 없는 데다, 환자들이 위험한 찻길로 나갈 위험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구내 흡연을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위험을 고려한 조치라지만 '흡연자를 배려하는' 사회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흡연율이 우리보다 낮은 국가의 경우 병원은 물론 식당, 술집 등 흡연이 많이 이뤄지는 실내장소 흡연을 완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좇아 관련 법안이 마련됐지만 흡연자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 국민건강과 세금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수년 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표 참조).


◆말로는 '금연' 뒤로는 '예산 삭감'


2005년 정부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수립해 흡연율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17개 평가항목 중 목표치에 도달한 것은 12개에 불과하다. 애초 성인 남자 흡연율 목표치는 30%였지만 여전히 40%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청소년 남학생과 성인 여자 흡연율은 2005년에 비해 오히려 높아졌다. 정부의 금연 정책에 커다란 허점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링거 꽂은 환자가 끽연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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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연정책의 현황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만의 힘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려운 만큼, 다른 부처와 민간이 할 수 있는 영역까지 포함해 포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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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들이 낸 담뱃세로 마련된 국민건강증진기금이 정작 흡연자들의 '건강증진'에 사용되지 않는 것도 대표적인 '의지부족' 사례로 거론된다. 기금 1조 9000억원 중 1% 남짓한 돈만이 금연사업에 투자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건강보험 재정 지원금으로 쓰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2008년 312억원에서 해마다 줄어 2011년은 246억원에 불과하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예산을 전액 삭감하려 했다가 전문가들의 문제제기로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금연을 '세금으로 해결해야 할 공적인 문제'로 보기보다 '개인의 선택이므로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할 일'로 보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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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환 한국금연운동협의회 부회장(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금연을 개인의 문제로 놔두는 것은 담배 판매를 허가한 국가의 직무유기"라며 "세금과 물가를 의식한다며 비가격적 정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보다 종합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마련해야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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