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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생축사]① 축구계의 '블루오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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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생축사]① 축구계의 '블루오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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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는 당신. 특히 사회 진출을 앞둔 이라면 한번쯤은 축구에 관련된 직업을 꿈꿔봤을 터이다. 스포츠투데이 '축생축사'에서는 매주 한 차례씩 선수 외에 축구 관련 분야를 소개함으로써 많은 독자에게 다양한 진로를 제시하고, 나아가 축구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축생축사]① 축구계의 '블루오션', 심판
남미의 한 철학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버림받은 사람들이 축구심판을 한다"고 했다. 환희와 열정이 넘치는 이면에 냉혹한 승부의 세계가 있는 그라운드에서 유일하게 고독한 존재인 심판에 대한 묘사였다.

시대가 변했다. 오히려 심판은 선택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 됐다. 전문적인 능력과 지식이 겸비되지 않으면 심판복을 입을 수 없다. 처우도 놀랄 만큼 개선돼 많게는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이도 나오기 시작했다. 제2의 직업으로서의 가치도 충분하다. 가히 축구계의 블루오션이라 할만하다.

◇ 심판, 무엇이 다른가
[사진=정해상 FIFA국제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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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 갖는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웨인 루니 같은 축구스타들과 함께 뛸 수 있다는 점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국내 심판 중 유일하게 참여했던 정해상 부심도 이에 동의했다.

"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 섰다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축구 역사의 한 부분을 직접 새길 수도 있다. 정 부심은 월드컵 당시 브라질-네덜란드의 8강전에서 호비뉴의 오프사이드를 정확하게 집어냈다. 비디오 리플레이를 봐도 간신히 잡아낼 수 있을 만큼 어려운 판정이었다. 그 자신도 "심판으로서 보람 있던 순간"이었다고 털어놓는 장면이었다.

또 다른 매력은 경제적 처우다. 흔히들 축구심판의 보수가 열악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대부분의 경우 다른 직업과 심판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해다. K리그에서 활약 중인 A급 심판의 월별 기본수당은 주심 300만 원, 부심 200만 원이다. 경력이 낮은 D급 심판도 주심 50만 원, 부심 30만 원을 받는다.

경기당 수당도 뒤따른다. 주심의 경우 K리그 85만 원, 컵대회 65만 원, 2군리그 10만 원씩 주어진다. 여기에 별도의 기본 체력수당 및 각종 체재비용까지 제공된다. 실제로 K리그에서 뛰는 A급 주심의 경우 연봉은 8000만 원 가까이 된다.

국제 심판의 대우는 더욱 좋다.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대회에서는 하루에 500불(약 60만 원) 정도를 지급한다. 실제 투입된 경기는 3경기 남짓이라도 20일의 대회기간 동안 머물렀다면 1200만 원의 급여를 받는 셈이다.

그럼에도 심판들이 또 다른 직업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종철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의 설명은 명확하다. 심판으로서 '검은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 역시도 심판 시절부터 개인사업을 하고 있었다. 45세까지의 국제심판 경력이 끝난 뒤 곧바로 은퇴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덕분이었다.

◇ 심판이 되기 위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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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심판은 어떻게 될 수 있을까. 우선 대한축구협회가 1년 내내 정기적, 전국적으로 개최하는 3급 심판 자격증 코스에 응시해야 한다.

심판 3급 자격증을 취득하면 곧바로 초등부 주·부심과 중등부 부심이 가능하다. 3급 심판을 2년 이상, 40경기 이상 소화한 이는 2급 심판으로 승급할 수 있다. 2급은 중등부 주·부심, 고등부 및 대학부 부심을 볼 수 있다.

다시 2년 이상 50경기 이상을 소화하면 1급 심판이 된다. 이때부터 K리그, 내셔널리그 등 일반부 주·부심이 가능하다. 이후 1급 심판으로서 2년 이상 경력을 쌓고, 당해연도 국제축구연맹(FIFA) 기준과 영어 실력을 갖춘 자는 대한축구협회의 추천과 FIFA의 승인 하에 국제 심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국제심판은 각종 A매치는 물론 월드컵까지도 뛸 수 있다. 통상적으로 3급 취득 후 국제 심판이 되기까지 6년~10년 정도 소요된다. 국제심판이 되기 위해선 영어 실력이 필수지만, 경력을 쌓는 동안 시간이 충분한 만큼 지금 도전하는 입장에서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국제심판은 정년이 45세까지지만, K리그 등 프로무대에선 체력기준만 통과한다면 그 이상 나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최고령 K리그 현역 심판인 이상용 주심은 61년생으로 올해 51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심판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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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는 매년 2회 이상 2,3급 심판을 대상으로 해외연수도 실시 중이다. 열흘 남짓한 기간동안 축구 선진국을 방문, 심판교육을 비롯해 경기 관람 및 선수와의 만남 등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경험을 쌓는다. 물론 모든 비용은 협회가 부담한다.

심판 자격 취득 후 5년 이상 경기에 투입되지 않을 경우 자격이 말소된다. 이후 다시 시험에 응시에 재취득이 가능하다. 다만 금품수수, 승부조작 등 중범죄에 연루된 경우엔 심판 자격이 영구 박탈된다.

◇ 3급 심판 자격증, 어떻게 따나요

시작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대한축구협회 심판국 사이트(http://www.simpan.or.kr)에 접속해 접수를 원하는 교육과정을 신청하면 된다. 이후 4~6일간에 걸쳐 열리는 이론교육, 필기시험, 체력테스트, 실기시험에 합격하면 곧바로 3급 심판 자격증이 부여된다. 자격요건도 만 16세 이상, 교정시력 1.0 이상으로 까다롭지 않다. 합격률은 교육 과정마다 유동적이지만 70~90% 정도로 높은 편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심판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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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대한축구협회는 심판의 저변확대와 인재확보를 위해 2009년부터 새로운 시도를 했다. 전국 각지의 13개 대학은 물론 해병대 및 군부대에도 3급 심판 자격증 코스를 개설한 것. 대학생은 물론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코스를 이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에 대해 권 위원장은 "주말리그제와 유소년축구의 확대로 예전과 달리 경기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만큼 심판의 중요성과 수적 인프라 구축 필요성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 심판국에 등록된 심판 수는 총 5906명. 이 중 직장, 학업, 군입대 등 개인적 사정으로 '개점휴업'중인 이들을 뺀 실제 활동 중인 심판은 2072명에 불과하다.

프로축구는 물론 학원축구, 유소년축구, 생활체육 등에서 주말 하루 동안 수백 경기가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원. 축구 선진국의 유럽의 경우 무려 25만 명의 등록심판을 자랑한다.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명지전문대에서 서울지역 3급 심판 교육이 실시됐다. 명지전문대 사회체육학과 학생들이 주를 이룬 가운데 다양한 지원동기를 가진 참가자에 눈에 띄었다.

특히 김시윤(43)씨는 이날 가장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공군 중령이자 조종사로 복무 중인 군인이다. D급 지도자교육 과정도 이수 예정이라는 그는 "고교는 물론 공군사관학교 시절 축구선수였다. 은퇴 후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가 심판이자 모교 감독을 하는 게 꿈이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심판이 되고자 하는 확실한 꿈을 가진 이도 있었지만, 단순히 축구 규칙을 알기 위해, 호기심 때문에, 심지어는 이력서에 한 줄 써 넣기 위해 온 이들도 있었다. 목적은 천차만별이었지만 교육이 진행될수록 심판이란 직업이 갖는 장래성과 매력을 깊게 느낀 것은 공통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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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심판 보수에 대한 내용에 큰 관심을 보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3월 현재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9.5%, 실업자 수는 39만 7천 명이다. 요즘 같은 때에 심판만한 '부업'도 없는 셈이다.

여성 지원자도 여럿 있었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는 능력있는 여자 심판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는 터였다. 체육 전공생인 지미정(20) 양은 "학교에서 심판 교육 과정이 열린다고 해 호기심을 갖고 지원했다. 처음엔 별 뜻이 없었는데 심판의 역할과 근무 조건 등에 대해 들으니 생각이 바뀌었다"며 관심을 보였다.

◇ 심판의 생활

앞서 살펴봤듯이 국제심판이나 1급 심판은 보수나 대우면에서 여느 직업 못지 않은 훌륭한 여건을 자랑한다. 2, 3급 심판 역시 K리그나 국제경기에 비하면 보수는 보잘 것 없지만 젊은 학생들에겐 꽤 쏠쏠한 아르바이트도 된다.

이날 강사로 나선 한병화 심판국 국제담당위원은 "초중고 주말리그제가 시행되면서 많은 대학생이 3급 심판자격증을 취득해 주중엔 학업에 전념하고 주말엔 심판으로 활동하며 용돈을 번다. 실제로 여학생을 비롯해 내가 아는 많은 학생이 국제심판의 꿈을 갖고 이런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정해상 부심도 심판 생활이 갖는 장점을 설파했다. 그는 "정신적으로 건전해지고,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을 통해 철저한 자기관리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자신의 적성에 맞는 다른 직업을 찾더라도 취미 생활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자질만 있다면 큰 심판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부심 본인 역시 심판으로 활동하면서도 공무원으로 활동 중이며, 최근엔 체육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단점도 있다. 아무래도 본래 직업과 심판을 병행하게 되면 가정적이기 힘들어진다는 게 현장 심판들의 목소리다. 대부분 축구 경기는 주말에 열린다. 국제심판의 경우 A매치나 AFC챔피언스리그 등으로 출장도 잦다. 1년에 적게는 3개월에서 8개월 정도까지 집을 비우게 될 때도 있다. 주 5일 근무제 시행 후 달라진 주말 가족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가족의 이해가 중요한 이유다.

◇ 스타 심판의 자질

[사진=권종철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사진=권종철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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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철 심판위원장은 스타 심판이 등장할 때가 됐다고 설파했다.

"짧게는 2~3년 안에 억대 연봉의 스타 심판을 육성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을 보고 어린 선수들이 축구선수의 꿈을 키워나가지 않는가. 심판 계에도 돋보이는 스타가 나타나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3급 심판이 16세부터 가능한 만큼, 많은 학생의 심판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명심판이었던 피에르루이지 콜리나가 어린 시절부터 심판으로 뛰었고, 로베르토 로세티, 엘리손도 등도 14세 경부터 심판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 심판의 자질로서 집중력, 경기규칙 응용력과 순발력, 신체적 조건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제일 중요한 건 정직이다. 어느 쪽에도 흔들리지 않는 소신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심판 중 가장 '스타'에 가까운 정해상 부심도 인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심판은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정직과 신념을 갖춰야 한다. 체력 유지와 어학 능력 향상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된다. 여기에 프로로서 언론과의 인터뷰도 잘할 수 있는 언변과 자신만의 개성까지 장착한다면 금상첨화"라고 설명한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인자한 심판'의 이미지를 갖춘 그이기에 허투루 들을 수 없는 부분이다.

정 부심은 후배 심판 지망생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심판에겐 유혹이 오기 마련이다. 그를 떳떳하게 뿌리쳐야 한다. 인격과 양심을 갖추고 당당하게 심판 교육을 받기를 바란다.

나도 중간에 심판을 그만두려고 두 번 정도 마음먹은 적이 있다. 판정 실수로 인해 어린 선수들과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을 본 뒤였다. 자책감이 들었고 마음도 아팠다. 그런데도 결국 다시 플래그를 집어들었다. 나도 이게 어떤 매력인지 모르겠다. 마약같이 벗어날 수가 없다. 이후로는 좋은 심판이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임했다. 정말 보람있는 직업이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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