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외국이 돕기를 바라시나요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장기이식 활성화를 위해서는 '뇌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공유하고 수요와 공급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의학센터 가브리엘 다노비치 박사(Dr. Gabriel Danovitch)는 25일 서울대의대 의생명연구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뇌사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알리고 일반 국민과 의료진 간 신뢰가 구축되면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장기이식 희망대기자는 약 1만3000명. 기증자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적다보니 중국과 필리핀 등지로 해외원정이식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수치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노비치 박사는 "각 국이 장기이식 환자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다른 나라 사람의 희생을 이용해 또 다른 환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각국의 장기이식 수요는 그 나라 내에서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원정이식으로 인한 인권유린 등 문제를 지적한 것인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주장하고 있는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다노비치 박사는 "장기기증 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생전에 가족과 장기기증에 대한 결심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미국은 사후에 장기기증을 하겠다는 표시를 운전면허증에 하게 돼 있는데, 이는 유언과 같은 법적 효력을 지니게 돼 병원 측에 고인의 유언을 지켜야하는 책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모든 병원이 의무적으로 중앙기관(UNOS)에 '곧 죽을 사람' 즉, 잠재적 뇌사자에 대해 보고토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 아래 장기이식을 총괄하는 UNOS가 있고, 이 기관이 장기 구득기관과 병원들을 관리ㆍ감독하는 구조다.
병원의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모든 병원은 잠재적 뇌사자 보고를 생명을 구하기 위한 책임으로 인식해야 한다"면서 "환자가 사망했을 때 이 환자의 장기를 공여해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의 책임은 환자가 죽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선 "기증자에 대한 관리는 장기기증 활성화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면서 "각 국가가 장기기증의 수요와 공급역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통계를 발표하고 이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발달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자국 내에서 장기이식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도 아래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