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선물투자 의구심 증폭…왜 투자했나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최태원 SK그룹 회장의 1000억원 선물(先物)투자 손실 관련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대기업 총수가 대규모 손실을 본 것도 세간의 화제지만, 왜 어떤 목적으로 리스크가 큰 선물거래 투자를 감행했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보유 주식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빌린 자금을 선물에 투자한 것이란 전언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9월 보유중인 SKC&C 주식 2225만주(44.5%)중 401만696주(8%)를 담보로 2000억원의 개인 대출을 받은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관련업계는 이 자금 중 일부가 선물투자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은행권이 아닌 증권사를 통해 담보대출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고위험의 선물투자를 감행했던 것은 그만큼 긴급 자금이 필요했단 방증이란 분석이다.
지주회사 체제 완성을 위해 순환출자 해소 자금 마련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최 회장이 지난해 9월 2000억원을 대출할 당시 SK그룹은 SK C&C→SK㈜→SK텔레콤→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였다.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려면 SK텔레콤이 가진 SK C&C 지분 9%를 처분해야 했다.
최 회장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 지분을 사들이려 했지만 지난해 초 5만원 안팎이던 SK C&C 주가가 9월 9만원까지 치솟으면서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자 단기간에 돈을 불릴 수 있는 선물투자에 나섰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말 SK계열사와 관련한 세무조사에 착수해 최근 완료했으며,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의 투자 손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세청이 회사공금유용이나 비자금조성 등 불법 자금은 아니라고 결론 지으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잇단 악재로 SK는 '잔인한 4월'을 맞고 있다.
최 회장이 의지를 갖고 심혈을 기울여왔던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가 최근 부적절한 술자리로 '좌초' 위기에 처한 데다 투자 손실 등이 불거지면서 대내외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
올해 초 자원부국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남미, 중동 등을 방문한 최 회장의 광폭행보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그룹 성장동력 발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최 회장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순방중으로 28일 귀국 예정이다.
특히 28일은 SK증권 운명이 걸려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상정여부가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어서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이번에 법안 통과가 늦춰질 경우 SK네트웍스와 SKC가 갖고 있는 SK증권 지분 30.4%를 유예기간인 7월 2일까지 처분하지 않으면 최대 180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게 된다.
SK 측은 속이 타들어가는 상황이다. SK그룹 고위 임원은 "원활한 자금 조달과 기밀 유지가 필요한 회사채 발행 업무를 맡길 수 있는 금융자회사가 필요하다"며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선물투자 손실은 형제경영을 강화하며 조직쇄신을 단행한 최 회장에 불만을 품은 전직 SK그룹 고위인사 등이 사정기관에 제보하면서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