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남미 경제대국 브라질이 인플레이션과 자국 통화인 헤알화의 가치 급등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브라질 정부가 최근 물가 급등과 해외 자금 유입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에 의존하고 있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고 10일(현지시간) 전했다.

최근 12개월 동안 브라질의 물가 상승률은 6.3%로 브라질중앙은행의 물가 억제 목표치를 곧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중앙은행은 올해 물가 억제 목표치 4.5%에 허용 한도를 ±2.0% 포인트로 설정해 놓고 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금리 차를 노린 해외 자금의 유입으로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개인 신용대출 금융 거래세 인상안이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연간 대출 증가세를 최근의 20%에서 12%까지 떨어뜨리기 위해 개인 신용대출 금융 거래세를 현행 1.5%에서 3.0%로 인상한다"고 8일 발표했다.


지난 6일에는 헤알화 가치 급등을 막기 위해 만기 2년 미만의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 자본에 대해 6% 과세하는 방안을 내놨다. 기존에는 1년 미만의 채권에만 세금을 부과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자산에 대한 브라질 안팎의 수요가 강해 이들 방안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주재 프랑스 최대 은행 BNP파리바의 라틴아메리카 담당 마르셀로 카르발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산층 급증으로 내수가 크게 느는데다 중국의 브라질산 원자재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라면서 "브라질은 '경기과열'이라는 매우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중산층 급증 + 국제 이벤트'로 내수 폭발=지난해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7.5% 증가한 2조2000억 달러(약 약 2386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5위로 영국과 프랑스까지 따돌린 것이다.


이런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브라질에서는 중국 못지 않게 중산층이 폭증하고 있다. 브라질 국영 은행 방코도브라질에 따르면 2003~2009년 3570만 명이 중산층에 진입하고 2050만 명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층에서 탈출했다. 이에 따라 전체 인구 대비 절대 빈곤층 비율은 2003년 28.1%에서 2009년 15.3%로 감소했다.


브라질 국민들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식품 가격은 10%,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의 아파트 가격은 40~50% 뛰었다.


브라질에서 치러질 각종 국제 행사도 내수 시장 과열을 예고한다.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 2016년 여름 올림픽 개최지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정부가 경기장과 도로ㆍ공항 등 인프라 건설에 7000억~1조 헤알(약 486조~694조 원)을 쏟아 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드컵ㆍ올림픽 특수가 본격화하면 물가가 급등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수출 호조 + 핫머니 유입 급증'으로 헤알화 폭등=신흥국들이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브라질산 원자재 수요가 늘자 브라질로 유입되는 외화도 급증하고 있다. 2000~20009년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은 18배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 크게 한몫한 것이 철강ㆍ콩 수출이다. 지난해 대중국 무역 흑자는 52억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브라질의 금리는 11.75%다. 이런 고금리를 노린 핫머니 유입도 갈수록 늘고 있다. 올해 1ㆍ4분기 브라질에 유입된 달러화만 356억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종전 최대 기록인 2006년 177억 달러의 두 배를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46%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헤알화 가치도 급등세를 타고 있다. 8일 환율은 달러당 1.584헤알까지 떨어져 2008년 8월 6일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헤알화는 지난 2년 사이 달러 대비 45% 절상됐다. 지난 3월에만 2% 이상 올랐다.


브라질중앙은행이 오는 19~20일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핫머니 유입량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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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헤알화 가치 상승으로 브라질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지만 물가가 급등할 경우 브라질 경제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당국이 헤알화 가치가 올라갈지언정 물가를 억제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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