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유통구조 이통사→제조사 중심으로 바뀌나
방통위, IMEI 제도 개선 검토, 상반기 결론낼 예정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중소 업체 A사는 애써 개발한 휴대폰 출시를 못해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이동통신사가 출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A사는 결국 신제품을 내 놓지 못하고 해외 판매로 발길을 돌렸지만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A씨는 중국 한 업체가 생산한 초저가 휴대폰을 음성통화 위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수입, 판매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곧 꿈을 접어야만 했다. 이통사가 국제모바일기기식별번호(IMEI) 등록을 거부해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11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단말기의 고유번호인 국제모바일기기식별번호(IMEI)의 제도개선에 나섰다. 이르면 상반기내로 이동통신사가 모든 단말기의 IMEI를 관리하던 현행 제도를 소비자가 직접 관리하는 형태로 제도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IMEI '화이트리스트', '블랙리스트' 전환 검토 본격화=방통위 한 관계자는 "아직 어떤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장점과 단점을 살펴 IMEI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며 "통신업계의 의견을 들어보고 소비자들의 편익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IMEI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통해 관리된다. 화이트리스트는 이통사가 서비스하는 모든 단말기의 고유번호를 직접 등록하는 것이다.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해외의 경우 분실된 단말기의 IMEI만 이통사가 관리한다. IMEI가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도 가입자인증모듈(USIM) 카드만 삽입하면 사용할 수 있다. 만약 단말기를 분실할 경우 이통사에 자신의 IMEI를 알려주면 이통사가 사용이 불가능하도록 조처할 수 있다.
IMEI를 화이트리스트로 관리할지, 블랙리스트로 관리할지 여부는 단말기 유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휴대폰 유통구조, 이통사→제조사 중심으로 이동하나=현재 단말기를 개통하기 위해서는 이통사가 IMEI를 전산에 등록하는 과정이 필수다. 휴대폰 업체가 별도로 단말기를 유통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게 될 경우 단말기의 IMEI를 등록하는 과정이 없어진다. 때문에 휴대폰 업체가 이통사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대로 단말기를 유통할 수 있게 된다.
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단말기 업체들이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별도의 유통 과정을 거치게 될 경우 단말기 가격의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폰 업체가 출고가를 올려 놓고 수십만원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던 행위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사업자가 국내 출시되지 않은 외산 단말기를 직접 수입해 유통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만들지 않고 이통사도 도입을 꺼려하는 초저가 음성통화 전용 단말기와 초저가 스마트폰의 국내 유통도 가능해져 경쟁을 통한 단말기 가격 인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통신업계,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통신업계는 휴대폰 시장에 경쟁이 유도되고 가격이 정상화 되는 장점도 있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IMEI 제도가 개선된다 해도 이통사를 통한 기존 휴대폰 유통과정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위주로 형성되면서 약정에 따른 이통사의 보조금 지급이 구매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별도 유통한다해도 실익이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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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심각한 문제는 현재 이통사와 휴대폰 업체가 함께 실시하는 망연동 테스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통화품질에 문제를 겪거나 심할 경우 이통사 기지국에 영향을 줄수도 있다는 점이다. 소규모로 외산 단말기가 유통될 경우 일일이 망연동 테스트를 진행할 수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이통사가 감수해야 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통신사 한 관계자는 "IMEI를 블랙리스트로 전환할 경우 장점도 많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오히려 이통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도 있어 방통위의 현명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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