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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 해학과 변주의 7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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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패> 8회 월-화 MBC 밤 9시 55분
“몰라서 묻는 게냐? 판술이는 네 밑에서 종질하기가 싫었던 게다. 너는 친구로 생각할지 몰라도, 누가 양반집 자제와 어울려 봐야 사람대접이나 해 주겠냐.” 천둥(노영학)과 귀동(최우식)이 기방에 팔려 간 동녀(진세연)를 구하는 과정은 학동들의 장난처럼 활기차게 그려졌지만, 천둥과 귀동이 나누는 대화에는 신분제 사회라는 극의 중심 흐름이 자연스레 스며든다. <짝패>는 이렇게 해학을 잃지 않으면서도 탐관오리들이 민중의 고혈을 짜내는 철종 치세 조선에서 싹트는 변혁의 기운을 충실하게 담아낸다. 32부작이라는 긴 호흡은 극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충분히 묘사할 수 있는 여유를 제공했고, 덕분에 혈기방장한 학동들의 모험과 목숨을 건 민란, 그리고 거지 패거리들의 닭서리가 한 화 안에 섞여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탄탄한 밑바탕을 얻었다. 사실 8회까지 오는 동안 <짝패>가 내민 카드들은 각종 드라마에서 여러 차례 써먹었던 요소다. 출생의 비밀, 중첩된 인연, 들불처럼 이는 민란의 기운. 그럼에도 <짝패>가 신선함을 잃지 않는 이유는 그 뻔한 요소들이 뻔하지 않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흉흉해진 민심을 제일 먼저 감지하는 것은 거지들이고, 민심에 불을 당긴 것은 강포수(권오중)가 아닌 소녀 달이(이선영)가 쏜 탄환이었다. 귀동은 천둥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그 당당한 기백에 반해 짝패가 될 것을 청한다. 관습적인 요소들 사이에 점점이 배치된 의외의 변주들은 시청자들을 익숙한 문법으로 안심시키는 동시에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배우가 바뀌는 순간의 어색함이 두렵지 않은 것은 그간 쌓아 올린 극의 토대가 이리도 탄탄한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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