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백마 탄 왕자. 남자배우에게는 달콤한 독배다. 탐낼만한 캐릭터지만 위험 부담이 크다. 자칫 쌓아놓은 호감과 이별할 수 있다.
배우 송승헌은 두려움을 버렸다. 도전을 택했다. MBC 수목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에서 박해영 역을 맡았다. 재벌그룹 유일한 손자이자 외교관. 독배였다. 여느 잔보다 농도는 더 짙었다. 최근 멜로 연기를 소화한 적이 없는 까닭이다. 그간 그는 영화 ‘무적자’, ‘숙명’, 드라마 ‘에덴의 동쪽’ 등을 통해 거친 이미지만을 구축했다. 이에 일부 방송관계자들은 “코믹요소까지 담긴 드라마다. 다소 무모한 도전이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문제는 연기였다. 그간 이름 뒤에 연기력 논란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가장 지적받은 건 과도한 감정 표현. 캐릭터 구축에서 자주 오점을 남겼다. 하지만 ‘마이 프린세스’는 달랐다. 잔잔한 연기로 극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무리하게 힘을 싣던 습관에서도 탈출했다.
17일 방송분에서 송승헌은 감정 표현의 극대화 고비를 여러 차례 맞았다. 계속된 설득에도 불구 이설(김태희 분)이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자신의 고백으로 할아버지 박동재(이순재 분)가 숨을 거두기도 했다.
물오른 연기력은 질투 신 등에서도 쉽게 발견됐다. 이설을 둘러싼 남정우(류수영 분)와 신경전에서 내내 부드러움을 유지했다. 불청객의 등장에 “잡상인이야”라고 하면서도 내내 친근감을 드러냈다. 신과 관계없이 캐릭터 본연의 성격을 세밀하게 선보였다. 그 덕에 변해가는 감정 연기는 더 높은 진정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송승헌의 소속사 스톰에스컴퍼니 관계자는 “이번 작품에서 연기 부담을 많이 버렸다”며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구축하려는 자세가 권석장, 강대선 감독의 의도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드라마 관계자도 “어깨에 힘이 많이 빠졌다”며 “본인 스스로도 연기의 맛을 알아간다며 만족감을 보인다”고 밝혔다.
‘마이 프린세스’에 독배는 없었다. 포도주만 가득했다. 어느덧 송승헌은 잃어버렸던 호감을 모두 회복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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