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2011년 첫 회장단 회의 브리핑 분위기가 일순 돌변했다. 전경련 위상에 대한 기자들의 우려 섞인 지적에 정병철 상근 부회장이 발끈하면서 긴장감마저 엄습했다.
지난 13일 오후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오는 2월 말 임기가 끝나는 조석래 현 회장( 효성 회장)의 후임을 논하는 자리였다. 전경련이 7개월 가까이 공을 들여온 '이건희 카드'가 용도폐기된 데다 유력 후보들이 줄줄이 고사 의사를 밝힌 탓에 이날 회의 결과에 언론의 관심은 더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빈 손으로 브리핑실에 들어서자 실망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이에 격분한 정 부회장의 가시돋친 발언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전경련 회장직은 재계를 대표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리이지 권력을 누리는 위치는 아니다. 그런데도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뉘앙스의 발언은 잠재 후보군을 축소할 뿐만 아니라 일부 오너들에게는 결례인 것이다.
정 부회장의 발언이 삼성그룹과 진실 공방으로 이어진 적도 있다. 지난 11월 정 부회장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회장단회의를 마친 뒤 "7월 승지원 회동에서 이건희 회장이 '3개월에서 5개월까지 시간을 갖자'고 부탁했다"고 말했으나 삼성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게다가 이 발언은 승지원 회동 뒤 "이건희 회장께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는 정 부회장 자신의 말과도 배치된다.
사회 지도층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새삼 역설할 필요가 없다. 재계를 대표하는 리더라면 더더욱 그렇다. 정 부회장은 전경련의 위상을 강조하지만 정작 그의 신중치 못한 발언이 재계 위상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이정일 기자 jay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