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안정···최태원 회장 직접 안나설듯"
"사우디 등 SK그룹 우호적 투자자 매각 1순위 꼽혀"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최태원 회장이 순환출자(용어풀이 참조)해소를 통한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기 위해 SK텔레콤의 SK C&C 지분을 매집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과 달리 직접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위해 SKT가 보유한 SK C&C 지분은 중동자금에 의해 블록딜 형식으로 매각될 예정이며 이르면 3월 본계약을 맺기 위해 현재 지분매집을 위한 풋옵션 조정 등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우리투자증권에서 자신이 보유한 SK C&C지분 401만주를 대상으로 1000억원대(1800억원 가량으로 추정)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최 회장이 직접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SK C&C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SK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이 SK C&C지분 매집보다는 경영상 꼭 필요한 다른 부분에 쓰일 것이고 밝힌 것으로 전했다.

11일 SK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에서 SK C&C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지만 현재 경영권이 충분히 안정이 돼 있어 굳이 SK C&C지분을 추가로 매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한관계자는 "SK C&C 지분은 늦어도 올해 6월까지 매각할 계획이라며 매입주체는 SK에 우호적인 재무적 투자자가 많은 중동자금과 논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SK 순환출자, 중동자금 '블록딜'로 해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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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해소 위해 SKT 보유 SK C&C 4.1% 지분매각 급선무


이와 관련 SKT는 지난해 10월 보유중이던 SK C&C지분 4.9%(245만여주)를 쿠웨이트 정부에 장외매각한 바 있다. 나머지 지분 4.1%에 대한 매각도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SK와 10년 넘게 사업을 공유해왔던 중동국가에서 재무적 투자자를 찾아 매각할 예정이다. 특히 SK C&C는 SK 지배구조 상 최상층에 위치하는 만큼 최태원 회장과 친분이 높은 중동국가들이 일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 회장은 그룹의 주력사업인 석유화학 사업을 위해 중동국가들의 최고위층과 유대관계를 지속해왔으며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등 유관 사업도 함께 진행해오고 있다.

SK는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SKT가 보유한 SK C&C지분 4.1%를 올해 6월까지 정리해야 한다. 현행법상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2년 안에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지만 SK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를 2년 연장했다.


SK의 지배구조는 최 회장을 시작으로 SK C&C와 SK(주), SK텔레콤 그리고 다시 SK C&C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다.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이 같은 연결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SKT가 보유한 SK C&C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급선무다.


업계에선 빠르면 3월, 늦어도 6월까지는 지분 매각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지난해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면서 SK C&C 지분을 추가 매입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SK C&C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려서 SK C&C 지분을 매입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SKT가 잔여 SK C&C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현재 재무적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며 "빠르면 3월까지는 매각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에 대해 SKT 관계자는 "보유하고 있는 SK C&C 지분을 6월까지는 확실하게 정리할 예정이다"며 하지만 "아직 매각 대상과 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이 없다"고 밝혔다.


◆주식담보대출 이자만 100억원 용처는


최 회장이 주식담보대출금을 SK C&C지분 추가매입에 쓰지 않을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향후 사용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최 회장은 대출에 따른 이자만 1년에 100억원이 넘게 지출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출금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해 9월14일 우리투자증권을 통해 SK C&C 보유주식 2225만주(44.5%) 중 401만696주(8.0%)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우리투자증권의 주식담보대출 상한액이 전일 종가의 50%인 점을 감안하면 최 회장이 빌린 돈은 최대 1800억원 규모로 짐작된다. 이 증권사는 최고 신용등급자를 대상으로 7.7%의 주식담보대출금리를 적용한다. 따라서 최 회장의 대출금에 1년 동안 들어가야할 이자만 130억원에 이른다.


보통 기업 오너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거액의 돈을 빌렸을 때는 회사 재무구조 개선이나 지분 매입과 같은 경영에 관계된 일에 쓰이는 경우가 많다. SK 계열사들의 경우 재무구조상 단기적인 취약점을 갖고 있는 회사가 없어 지분 매입 용도로 쓰이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최 회장이 대출금을 SK C&C 지분 매입에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어서 이 같은 전망도 희박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SK C&C 지분을 사줄 재무적 투자자를 찾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대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매각 시점이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현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풋옵션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경우 최 회장이 직접 매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SK증권과 관련해서도 국회 계류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올해 6월까지도 통과되지 못한다면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증권 22.7%의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데 이에 필요한 자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지분 소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SK증권 지분을 최 회장이 직접 매입할 가능성도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SK증권 지분을 최 회장이 직접 매입하지 않더라도 공정거래법을 피해갈 방법은 있다. 예컨대 SK그룹 내에서 지주회사 범주에 들어있지 않은 비상장사가 SK증권을 인수하는 방안 등이다. 이때문에 최 회장의 대출금이 바로 비상장사 설립 혹은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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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최 회장의 자금 마련이 향후 그룹의 여러가지 이슈에 대비한 실탄 보유용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순환출자 해소와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 여부 등 올해 여러가지 이슈에 직면하게되는 최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를 찾지 못하거나 자금상 문제점에 부딪히는 등 여러 경우의 수를 대비해 현금을 미리 마련해둔 것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용어풀이>
순환출자: 대기업이 계열사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간 지분을 돌아가며 출자하는 변칙적인 방식이다. 각 회사의 자본을 돌려서 출자하기 때문에 그룹 총수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적은 자본금으로 그룹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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