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삼성, 삼성차 채권단에 위약금 6000억 지급해야"
[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삼성자동차 채권환수 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삼성 측은 채권단에 위약금 600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삼성차 채권단은 삼성생명 상장차익 8776억원 가운데 6000억여원을 위약금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서울고법 민사16부(이종석 부장판사)는 11일 서울보증보험 등 14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 측은 삼성차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손실 보전을 약정했음에도 제때 돈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위약금과 지연손해금을 줘야한다"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28개 삼성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낸 약정금 등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이 회장을 제외한 삼성 계열사들은 연대해 채권단에 위약금 6000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 측과 삼성차 채권단이 작성한 손실 보전 관련 합의서는 위약금 발생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삼성 측은 제때 주식을 처분하지 못해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위약금을 지급해야한다"면서 "이 회장 등이 채권단과 손실을 보전키로 합의할 당시에는 10년 가까이 주식이 처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없었던 점, 삼성차 채권단이 삼성생명 상장 뒤 주식처분 대금 2조4500억원을 지급받아 큰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는 점, 채권단 측이 주식 처분 권한을 갖게 된 이후에도 삼성 측에 주식 처분을 전적으로 의존한 점 등을 고려해 위약금 범위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 계열사는 원래 삼성차 채무를 부담할 의무가 없음에도 이 회장이 도의적으로 채무를 짐에 따라 같이 이를 부담하게 됐다"면서 "1심은 삼성 계열사 등이 지는 채무를 상행위에 따른 채무로 판단했으나 당심에서는 이를 민사채무로 판단해 연 5% 연체율로 위약금을 계산했으며, 위약금을 내는 기간은 2001년 1월1일부터 2007년 4월 삼성생명 상장안이 마련된 뒤 주식 처분이 가능했다고 보이는 시점까지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차 채권환수 소송은 1995년 자동차 사업에 진출한 삼성이 1999년 삼성차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이 회장은 당시 채권단 손실 보전을 위해 삼성생명 주식 350만주를 내놓으면서 삼성생명을 상장해 삼성차가 채권단에 진 빚 2조4500억원을 갚고 추가손실이 발생하면 자신과 삼성 계열사가 보전키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이후 삼성생명 상장이 지연되고 주식 매각도 진전이 없자 채권단은 채권소멸 시한을 20여일 앞둔 2005년 12월 이 회장과 삼성전자,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 28개 삼성 계열사를 상대로 부채 2조4500억원과 연체이자 2조2880억, 위약금 등을 포함해 5조2000억여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2008년 1월 "이 회장과 삼성 계열사는 채권단이 이미 매각한 110여만주를 제외한 삼성생명 주식 233만여주를 처분해 채권단에 1조6300억원을 갚고 연체이자 6800억여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으나, 채권단과 삼성 측이 모두 불복해 항소하면서 사건은 항소심 재판부로 넘어갔다.
지난해 5월 삼성생명이 부채 원금 기준인 주당 7만원을 넘는 공모가 11만원에 상장되면서 채권단은 원금을 모두 회수했지만, 상장차익 8776억을 누가 가져갈 건지에 대한 문제가 남게 됐다. 채권단은 지난 11년간의 연체이자로 상장차익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했고, 삼성 측은 1999년 이 회장이 채권단에 주식을 넘길 당시 연체이자에 대한 아무런 약정도 하지 않았다며 맞섰다.
사건을 맡은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채권단과 삼성 측에 삼성생명 상장차익 8776억원을 사회에 환원하는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양측이 모두 거부하면서 조정이 불성립됐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