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시장르포]"값은 오르고 거래는 없고 수십년동안 이런적 처음"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이승종 기자] "가격은 오르고 사는 사람은 없고, 당장 올 설 대목이 걱정이다."
지난 주말 서울 마장동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성자 씨(49)는 "몇십년만의 위기"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일단 들어오는 물량이 없다. 평소 5분의 1에 불과하다보니 가격을 올랐고 거래도 없다. 실제 사람이 북적거려야 할 주말, 마장동 시장터는 을씨년 스럽기까지 했다.
구제역 사태로 소비자들이 고기 구매를 줄이면서 상인들의 한숨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장동에서 25년째 돼지고기를 팔아왔다는 최철희 씨(55)는 "가격이 오르니 사람들이 고기를 안 산다"면서 "아침부터 오후까지 매상이 1만원"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한우 암소 도매가는 kg당 1만5000원 수준이다. 구제역 파동이 시작된 지난해 11월말에 비하면 25% 정도 오른 셈이다.
육우나 돼지고기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미국이나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수입되는 고기도 전반적인 상승세다. 수입업체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10% 내외 올랐다. 마장동에서 수입육을 전문으로 다루는 한 상인은 "한국에 구제역 사태가 번진 걸 알고 현지 수출업체들이 국내 반입물량 가격을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 상승의 1차 원인은 도축물량의 감소다. 자리를 옮겨 서울 가락동 축산물 공판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서울 유일의 축산물 도축시설이 갖춰진 곳이다. 전국 각지에서 소를 싣고 올라온 트럭들이 눈에 띈다.
경북에서 올라왔다는 이호승 씨(47)는 "평소에는 도축하는 데 하루도 안 걸렸는데 구제역 사태 이후에는 4, 5일씩 걸린다"며 "검사하는 인력이 부족해 평소보다 더디게 도축이 진행돼 고기를 파는 쪽이나 사는 쪽 모두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농가 입장에선 가축을 살처분해야 할 우려가 커지다보니 하루 빨리 도축해야겠단 심리가 작용해 도축량이 몰린 것이다. 하지만 구제역 여파로 수도권 일대 도축장 상당수가 폐쇄되면서 실제 도축량은 크게 줄었다. 수의사 등 점검인력도 부족해 가락동 도축장의 경우 평소 절반 수준의 도축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지방에서 20년 이상 축산업을 했다는 김 모씨는 "안성이나 부천에 있는 도축장은 지방의 소, 돼지들을 아예 받아주지 않는다"며 "일부 지역에 몰릴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며칠을 허비하면서 입는 손해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며칠간 소들이 먹지 못하면서 무게가 빠져 제값을 받지 못하는가 하면 정육 도매점들은 제때 고기를 받지 못해 영업에 어려움이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