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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송년편지 "새해 정공법으로 경제 과제 풀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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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선진화 등에 원칙과 결단 있어야"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송년 편지에서 "2011년은 조바심 내지 말고 우리 경제의 과제들을 신중하게 차근차근 정공법으로 풀어가는 해, 국민과 기업의 한숨소리에 귀기울이고 작은 민원도 크게 듣는 해, 서비스 산업 선진화 등 당대의 문제를 풀기위해 높은 수준의 원칙과 결단을 내리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과거에서 배우되 과거를 적용할 수 없는 경제 상황 속에서도 2010년을 참 잘 해냈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올해를 되돌아보며 "2010년은 G20의 성공적 개최, 6%가 넘는 성장 등을 이뤄, 자만해선 안되지만, 자부심을 가질만한 성적표를 얻었다"고 회고했다.
다음은 윤 장관의 편지 전문.

사랑하는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시간이 너무 빨리 가지 않도록 마디를 표시해둔 게 해(年)라던데, 또 해가 바뀝니다.
송년 인사에 앞서, 우화(寓話) 하나 들려 드리겠습니다.

옛날 어떤 사람이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 마을에서 글깨나 읽은 훈장에게 제문(祭文)을 부탁했답니다. 훈장은 고전(古典)을 뒤져서 멋진 문장을 찾아 주었지요. 그런데 장례 후에 탈이 났습니다. 고전에 나오는 그 제문은 남자용, 즉 부친상 때 사용하는 제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상주가 훈장 집을 찾아가서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훈장은 화를 내며 문을 쾅 닫고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고전이 잘못될 리 있나, 사람이 잘못 죽은 게지." 착사료인(錯死了人, 사람이 잘못 죽음)이라는 한자성어의 유래입니다. 매뉴얼에 대한 맹신을 경계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직원 여러분, 위의 우화가 아니더라도 이제 ‘어디에서나 통하는’ 매뉴얼은 없습니다.
실제 우리는 지난 2년간 내로라하는 경제학자와 그 많은 경제학 고전들이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세상은 과거의 경험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위기의 상시화, 급격한 기술 발전, 글로벌 불균형, 고령화와 고용없는 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조로화 등이 이런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할테니까요. 사실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특징’이라는 뉴노멀(New normal)도 이런 변화의 특정 국면을 지칭한데 불과할 것입니다. 과거에서 배우되 과거를 적용할 수 없는 경제상황인 셈입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이런 불확실성과 변동성 속에서 여러분들은 2010년을 참 잘, 정말 참 잘 해냈습니다. G20의 성공적 개최, 6%가 넘는 성장, 30만개의 일자리 창출, 세계 7위 수출대국, 45개국에 이른 FTA, 국가신용등급 A1(무디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회복... 2010년 마지막 날을 앞두고 “휴~~”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어 봅니다.

물론 이런 계량화된 숫자가 여러분의 노고와 헌신을 다 표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이런 수치가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여전히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보기에는 '자만해선 안되지만, 자부심을 가질만한' 성적표임에 틀림없습니다.

2010년을 떠나보내며 여러분의 헌신과 열정에 다시 한번 제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웁니다. 올 한해 정말 수고들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 한 2년을 복기해 보면, 2009년에는 속절없이 추락하던 지표를 플러스로 반전시켜, 회복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2010년에는 외신이나 국제금융기구로부터 '교과서적 경기회복(textbook recovery)'이란 평가를 받을만큼 착실하게 일어섰습니다. 아울러 G20을 통해 글로벌 대전환기의 원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우리는 위기를 낭비하지 않은(don't waste a crisis) 셈입니다.

그리고 이제 2011년은 우리 경제의 근육을 기르고, 우리경제의 체급을 한 단계 올리는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물가안정 속에 경기회복세를 이어가고,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으로 따듯한 경제를 만들고, 균형성장과 미래 대비로 선진경제 진입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여러분에게, 어찌 보면 상반된 두가지 업무태도, 즉 '먼저'와 '신중하게'라는 업무태도를 주문하고자 합니다.

첫째, 새해를 앞두고 선즉제인(先則制人), 즉 '남보다 먼저 도모하면 능히 남을 앞지를 수 있다'는 말을 되새겨 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여러 글로벌 리스크를 먼저 감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할 것입니다. 내년이 토끼의 해인데, 우리가 흔히 쓰는 '놀란 토끼 눈'이란 표현은 사실 토끼가 위험을 사전에 포착하고 주위를 경계하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결국 리스크를 감지하는 행동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놀란 토끼 눈으로 2011년을 맞이할 일입니다.

둘째, 얕은 내도 깊게 건너는 신중함입니다. '눈길을 걸을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내 발자국이 마침내 뒷사람에겐 이정표가 되리니(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蹟 遂作後人程)'라는 서산대사의 한시가 있습니다. G20 개발 의제에 대한 개도국의 기대감을 접하면서 '이제 흰 눈밭 위에 발자국을 내면서 걷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경제를 운용해가자고 한번 더 다짐했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했고, 식민통치와 전쟁을 겪고, 여전히 분단 상태인 나라가 이룩한 발전모델, 그것도 식민지 경영이나 자원약탈처럼 다른 나라를 아프게 하지않고 이룩한 경제발전 모델은 이미 지구촌 많은 나라의 시선을 붙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바심 내지 말고 우리 경제의 과제들을 신중하게 차근차근 정공법으로 풀어가는 해, 국민과 기업의 한숨소리에 귀기울이고 작은 민원도 크게 듣는 해, 서비스 산업 선진화 등 당대의 문제를 풀기위해 높은 수준의 원칙과 결단을 내리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기획재정부 직원 여러분. 위기극복 과정에 축적한 가장 큰 자산은 사실 이런저런 수치나 칭찬이 아니라 자신감입니다. 그리고 그 자신감의 뿌리에 여러분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저의 자부심이고, 저의 자산이고, 제 밑천입니다. 일상화된 야근과 주말근무에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올 한해 제 말결에 날이 선 순간이 있었다면, "마음이 바빠서였겠지"라고 이해하고 털어내줄 것을 당부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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