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미국 CEO·근로자 연봉차이 300배..한국은?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한 해가 저물고 있지만 올해 수출호조로 인해 많은 대기업들이 예년에 비해 호실적을 거두며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연말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기업은 연말 성과급, 또는 이익분배금의 형식으로 직장인들의 연말주머니를 두둑하게 해 줘 추운 겨울에도 마음에 훈풍을 넣어주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 경제론이 세계 각국의 경제정책에 반영되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는 대기업 직장인과 임원들과의 연봉차이에도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에 따르면 미국 CEO와 노동자들의 평균 보수 격차는 1960~1970년대에는 30~40대 1 이었지만 1980년대 초반부터 급격히 상승, 1990년대 초반에는 100대 1, 그리고 2000년대는 300~400대 1로 급속히 확대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임원의 연봉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 최근에서야 사업보고서 상에 임원들에 지급된 총 보수나 1인당 평균 보수 등을 대략적으로 적시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일단 매출액 상위 10대기업(작년말 기준) 중 금융사를 제외한 8개 기업의 임원 평균보수와 직원의 연봉을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가 159.3대 1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가장 차이가 적었던 곳은 한국전력으로 2.2대 1이었다.
삼성전자 임원에 작년에 받은 평균 연봉은 108억원이었으며 직원 평균 연봉은 6780만원이었다. 물론 이 임원연봉에는 막대한 퇴직금 등이 포함돼 이를 정확한 배수로 볼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도 CEO와 일반 직원의 연봉차이가 상당함을 나타내는 지표로 판단할 수는 있다.(퇴직금도 임원명의 통장에 들어간 것은 확실하니까)
삼성을 제외하고는 현대자동차 임원이 17억2100만원, 직원이 7500만원의 연봉을 수령해 22.9대 1로 2위에 올랐고 이어 SK에너지가 12억5600만원대 5810만원으로 21.6대 1, LG전자는 13억2000만원대 6382만원으로 20.7대 1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전력은 임원 1억4250만원 직원 6400만원으로 2.2대 1을 기록, 가장 격차가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 3분기까지만 놓고 보면 현대차가 1위다.
올 들어 3분기까지 현대차 임원은 15억200만원을 받아 5800만원을 받은 직원보다 25.9배 많이 받았다. 삼성전자가 임원 12억원, 직원 5170만원으로 23.2대 1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임원이 5억2100만원, 직원이 4864만원을 받아 10.7대 1에 그쳤다.
하지만 이는 3분기까지일 뿐이고 올해 사상최대 실적이 확실시되는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연말에 본격적인 성과급을 나눠주면 임금 격차는 다시 상당히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CEO 연봉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유능한 CEO를 고연봉을 주고 스카우트하거나 진급시켜 그 이상의 수익을 내면 아무리 많은 급여를 주더라도 소위 ‘남는 장사’라는 논리에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장하준 교수가 인용한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5년을 기준으로 스위스와 독일의 CEO들은 미국 CEO에 비해 각각 64%와 55% 수준의 보수를 받았다. 일본 CEO들은 미국 CEO들의 25% 연봉만 받고 일한다.
그런데 미국 기업들은 맥없이 무너졌고 CEO는 여전히 고연봉을 받는다. 망한 회사에서 쫓겨날 때도 계약서에 근거해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퇴직금을 챙긴다.
우리나라 CEO 연봉은 미국과 비교할 수준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반 직원과 임원들과의 연봉이 매년 확대되는 추세가 꼭 옳고 그렇게 가야 한다는 논리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성과가 있는 곳에 상식수준의 적절한 보상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성과가 있는 곳에 과도한 보상은 경제불평등을 심화시킨다. 계급사회가 소멸된 상황에서 경제불평등의 빠른 진행은 근원적 사회불안의 뿌리로 연결될 뿐이다.
신경제주의자들이 부르짖는 ‘물이 넘치면 흐른다’는 논리, 즉 부자들이 더욱 부자가 되는 세상이 궁극적으로 가난한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이미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수십년간 득세한 미국에서도 증명되지 못하고 있다.
내년 경제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유럽 재정위기, 미국의 경기이중침체, 중국의 긴축정책 본격 시행 등 어느 한 구석 마음 편한 곳이 없다.
전장에서 승리한 후 전리품을 나눠주는 장수보다 불리한 여건에서 마음을 나누고 모자른 군용품을 부하와 쪼개쓰는 장수가 이끄는 군대의 힘이 강할 수 밖에 없고 또 그 파워가 지금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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