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링컨'세영이가 학교에서 발견한 세 가지 행복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중간고사 없이 기말고사만 치르는 학교. 그나마 한번 치르는 시험도 40%만 성적에 반영하는 학교. 이런 학교를 두고 부모들은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데 진정한 경쟁력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학교가 되고 싶었다. 이 학교의 이름은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자리 잡은 서울시 위탁형 대안 고등학교 '링컨학교'다.
◆미래의 링컨을 꿈꾸는 아이들= 1년도 안 되는 시간동안 공교육을 받은 게 전부지만 자신의 형편을 탓하지 않았던 사람. 좋아하는 시를 외우고 법률책과 문법책을 빌려서 독학으로 공부한 사람. 가난한 자를 돌아보고 정의로운 삶을 살았던 사람. 갖가지 역경을 딛고 최고의 지도자가 된 그 사람의 이름도 아브라함 링컨이다. 링컨 대통령의 이름을 딴 이 거창한 이름의학교는 세영이를 비롯한 40여명의 학생들이 내일의 또 다른 링컨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자신만의 색깔 찾아주는 학교= 이 학교의 오세제 교장은 29일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잘하게 만들어주는 게 우리 학교의 목표는 아니다"며 "모두 다 공부를 잘 해야 한다는 압박 대신 자신이 가진 특기와 적성을 찾아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학교의 존재이유를 들려줬다. 수업시간에 둘러 본 아이들은 시험 대신 시를 외우고 토론하고 책을 읽으며 평가를 받고 있었다. 시험 성적의 60%가량이 이렇듯 수행평가로 반영된다. 대안교과 영역의 활동 등과 연계해 평가하다보니 평소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는 게 좋은 성적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일까? 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생기가 넘쳐났다.
"이 아이들이 문제아들 맞습니까?"
지난 19일 이 학교를 찾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보고 놀라서 처음 한 말이다.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해 대안학교를 찾아오게 된 아이들이라면 분명 표정도 어둡고 의기소침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세영이가 되찾은 세 가지 = 이곳에서 2년을 보낸 김세영 학생이 그랬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에 잘 안 가곤 했던 세영이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학교수업 진도를 아예 따라갈 수가 없었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만 가중되고 도저히 학교를 다닐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날이 계속되었다. 게다가 가족들이 세영이의 고민을 따뜻하게 보듬어주지도 못하는 형편이었다. 결국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링컨학교와 인연을 맺게 된 세영이는 이곳에서 잃어버린 세 가지를 되찾았다.
▲행복한 학교생활 = 첫째는 행복한 학교생활이다. 다양한 대안교과 활동을 통해 학교에서의 행복을 되찾았다. 링컨학교에서는 학년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안교과와 보통교과의 비율이 절반씩이다. 입시위주의 수업과 성적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학창시절에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복지원 봉사활동, 독서토론 활동, 1인 1악기 음악활동, 원어민과 함께하는 영어회화 등 다양한 대안교과 활동 중 세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수업은 어드바이저 시간과 프로젝트 시간이다. 이곳에서는 매주 월요일 5교시 모든 학생들이 선생님과 상담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전에는 선생님의 관심과 애정을 받지 못하던 아이들에게 이곳 선생님들은 가까이에서 진로에 대한 고민뿐만 아니라 생활에서 겪는 문제까지 상담해준다.
▲자신의 꿈과 미래 = 세영이는 프로젝트 수업 시간을 통해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흥미와 관심을 반영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실제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학기에 '대학에 가기 위한 준비'를 개인 주제로 삼고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 중이다. 공부에는 관심조차 없던 그가 대학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자신의 진로를 어떻게 설계해 나갈 것인지 스스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세영이가 두번째로 링컨학교에서 얻은 것이다.
세영이의 꿈은 뮤지컬 배우나 보컬 트레이너가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길 좋아했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밝히는 게 쑥스러워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실용 음악과에 진학해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는 중이다.
▲공부에 대한 자신감 = 대학에 입학하려면 성적이 어느 정도 되어야 하는지 알아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 세영이. 링컨학교에 처음 올 때 세영이의 실력은 아예 기초가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영어와 수학이 너무 어려워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상태였지만 이곳에서 자신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받으면서 차츰 흥미를 되찾고 실력도 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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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학교에서는 영어와 수학을 수준별로 나눠서 가르치고, 기초 학습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방과후 학습시간을 통해 보충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공부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세영이가 링컨학교에서 얻은 셋째가 바로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다.
이전에는 학교 수업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시험을 친다고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링컨학교에서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듣고 1학기에 한 번만 시험을 치르다보니 시험기간이 다가오면서 오히려 공부를 하게 되었다. 링컨학교는 세영이의 멈춰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어준 심폐소생술과도 같은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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