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블로그]전필수의 대박과 쪽박사이
당장 현대그룹 내에서도 일부 계열사 노조가 공공연히 반대하며 인수자금 내역을 공개하라고 나섰습니다. 옛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는 현대건설 노조도 같은 주장을 합니다. 제수씨와 한판 싸움에서 패한 현대차그룹도 이 틈을 타 다시 한번 뒤집기를 노리고 있습니다. 채권단 등 매각자 쪽에서도 양해각서(MOU) 체결을 연기하는 등 현대건설 인수전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16일,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은 하한가로 떨어졌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증권 등 다른 계열사들도 장중 하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반면 탈락한 현대차그룹의 현대차는 장중 4% 이상 급등하는 등 초강세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현대그룹의 승리로 마무리될 것처럼 보이던 인수전이 다시 안갯속으로 들어가면서 두 그룹의 주가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현대차그룹 주가는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희망이 생기면서 다시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22일 장중 18만9500원을 찍었던 현대차는 23일 장중 17만2500원까지 밀립니다.
두 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의 당위성을 적극 홍보해 왔습니다. 현대차그룹은 건설을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하고, 현대그룹도 옛 그룹의 본가를 되찾아 10배로 키우겠다고 합니다. 경제성도 충분하다고 강조합니다.
시너지효과도 적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현대차는 현대차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현대건설이 세계적 건설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현대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와 시너지도 있고, 무엇보다 통일시대에 현대건설이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논리를 채권단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두 그룹의 비가격 점수가 큰 차이가 없다니 아마도 후한 평가를 받았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다른 듯 합니다.
국내 1위 건설사를 인수한다지만 인수금액이 너무 높다는 게 시장의 우려입니다. 자금력에서 의심을 받고 있는 현대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상대적으로 넉넉한 현대차에 대해서도 시장은 높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적어도 시장은 현대건설 인수가 두 그룹에 '대박'이 아닌 '쪽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입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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