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기회되는 '상생외교' 필요
얼마 전 막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는 한마디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속화된 세계경제 질서 재편의 흐름을 전 세계에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과거에 미국이 의제를 설정하면 대부분 뜻대로 관철됐지만 이번에는 적지 않은 반발에 부딪쳐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처지에 빠졌다. 반면 중국은 승자의 모습이었다. 미국의 환율 절상 압박에 물러서지 않고 '점진적 개혁'이란 기존 입장을 견지하면서 독일 등 유럽국가들과 합세해 기축통화국 책임론과 양적 완화의 부작용을 집중 강조했다. 또한 선진국 입김이 센 국제통화기금(IMF)보다 독립적인 국제기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신흥국 이익을 대변하면서 공감을 이끌어냈다. 짧은 회의였지만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의 종언과 G2로 부상한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케 하는 자리였다.
개혁개방 이래 중국은 '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조용히 힘을 기른다'라는 뜻을 지닌 '도광양회(韜光養晦)'란 외교기조를 지켜왔다. 그러나 최근 국력에 걸맞게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역할을 발휘하며 적극 참여를 의미하는 '유소작위(有所作爲)' 방침이 더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국에서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화평굴기(和平堀起)'라는 말처럼 패권추구보다는 국제사회에서 올바른 평가와 대우를 받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취할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최근 외교기세가 보다 강경해진 것이 사실이다. 댜오위다오(釣魚島) 영토권 분쟁에서 희토류 수출금지의 카드를 꺼내 일본을 제압했고, 중국 반체제 인사의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에 즉각 노르웨이에 경제 보복조치를 단행했다. 환율 압박을 제기한 미국과 맞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이러한 미묘한 전략적 변화를 가늠하게 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올해 7300만명 관람객의 기록을 세운 상하이 엑스포에 이어 화려하게 펼쳐진 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 개막식도 중국의 대국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켰다. 무려 20조원을 투자한 아시안 게임은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다. 말 그대로 '대작'인 개막식은 슈퍼파워로 부상한 중국의 국력과 경제파워를 세계에 과시한 무대라 할 수 있다. 중국은 국제행사 때마다 규모에 집착한다.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오랫동안 지켜왔으나 근대 들어 수모를 당했던 중국에게 '최대'란 위상은 자존심을 살리는 묘약과 다름없다.
비롯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아직 취약하지만 향후 국제경제 질서가 방향을 잡아가는 데 미국보다 중국의 역할이 점차 더 커지는 이른바 '차이나 시프트(china-shift)'가 갈수록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식 발전모델인 '베이징 컨센서스'도 일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썬쟈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꼭 봐야할 주요뉴스
아빠는 직장 잃을 위기에 놓였다…한국 삼킨 초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