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지식센터 '인문학 강좌' 성황리 열려

[아시아경제 황석연 교육전문기자]"해 저문 부둣가에 떠나가는 연락선을 / 가슴 아프게~ 가슴 아프게~" 흥얼거리며 강의가 시작됐다. 입담 좋은 그의 입에서 가수 남진의 '가슴 아프게'가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어느 새 신세대 가수 박성철의 '무조건'으로 노래가락이 옮아갔다.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께"로 시작해 어느 새 이 가요의 하이라이트인 "당신이 부르면 달려갈거야 / 태평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서라도 무조건 달려갈거야."로 끝맺음하자 좌중에서 박수가 쏟아져 나온다.


"'가슴 아프게'의 종말을 노래한 것은 '무조건'입니다. 왜냐구요?" 핸드폰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란다. 노래를 읽으면 세상이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는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는 영락없이 문화 전도사다. 16일 저녁 6시30분. 아시아경제지식센터 '인문학 강좌'의 일번 타자로 나선 그를 만나 요즘 대한민국 지식인들 사이의 화두라는 '상상력(Imagination)'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노랫말에서 세상 변화의 트렌드를 읽는 이유가 뭡니까?


▲1970년대 당시 인기가요 상위 랭킹에 3개월 이상 오른 노래가 '가슴 아프게'입니다.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쓰라린 이별만은 없었을 것을.."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가사는 농사 이외 특별한 소득이 없던 그 시절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려줍니다. 농사를 돌보지 않고 사랑하는 연인을 따라 바다건너로 가는 것은 큰 모험이지요. 오늘날 초등학생도 다 가지고 있는 핸드폰도 없던 시절입니다. 그래서 누구나 이 노래에 공감을 했어요. 유행가는 그 시대의 문화와 사회상을 잘 보여줍니다. 그 사이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2004년 박성철의 "무조건"이 히트를 치면서 연안 섬으로 떠난 님과 통한의 이별을 할 수밖에 없던 한 많은 젊은이들이 모험을 즐기는 신세대 젊은이들로 교체됐습니다.

-'엔돌핀 과잉사회'에서 '세로토닌 사회'로의 전환을 이야기하셨는데.


▲양계장의 닭들을 생각하면 됩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적당한 성적 흥분상태를 유지시켜주는 백열전구의 불빛세례를 받지요. 그 덕에 제대로 못 잔 닭들이 신경과민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양계장 닭의 폐사율은 자연산 산란계에 비해 매우 높은 편입니다.


우리가 성장 중심 사회로 흐르면서 지나친 경쟁은 사람들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렸고, 만연한 불신풍조는 대통령의 어떤 선의의 정책에도 코웃음을 치게 만들었습니다. 이 엔돌핀 과잉현상의 끝간 데가 요즘 TV를 풍미하는 '막장 드라마'가 아닐까 합니다. 대중 가요도 '총맞은 것처럼'과 같은 초자극적 가사가 히트를 치더니 불륜과 범죄 외에 볼거리가 없는 '아내의 유혹', '꽂보다 남자'가 한 때 사상 최대의 시청율을 기록했어요. 하지만 엔돌핀이 과잉되면 흥분을 가라 앉혀주는 '세로토닌'이란 호르몬이 흥분을 끌어내리듯 막장 드라마들도 보이지 않는 도전을 받고 있어요. 치매 걸린 엄마의 가출로부터 시작된 신경숙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100만부를 돌파했고, 강부자 주연의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이 연일 매진사태를 보여줬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도 우리 사회의 엔돌핀 과잉현상을 누그러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두 줄짜리 시의 행간에서 읽혀지듯, 비로소 경제가 하산 길에 이르자 사람들이 바빠서 보지 못했던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한 것이죠.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고 하셨는 데 구체적인 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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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시대의 총아인 '인텔'의 2006년 매출이 315억 달러입니다. 반면에 이야기 회사인 '디즈니'의 같은 해 매출은 350억 달러였습니다. '해리포터'이야기가 97년부터 2006년까지 벌어들인 매출은 308억 달러인데 반해, 같은 기간 한국 반도체 수출 총액은 231억 달러에 머물렀습니다. 이야기 산업은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입니다. 중국출신 NBA 농구선수인 '야오밍'이나 한국의 축구스타 '박지성'도 이야기가 없으면 설명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아닙니까?


홍사종이 머무는 경기도 화성의 '옥란재'는 홍 대표 어머니의 아호를 따라 '책 읽는 집'이란 뜻을 가진 곳이다. 그는 가끔 어머니가 홀로 설움에 복받쳐 울던 장독대에 올라 어린 시절 책을 읽어주시던 어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린다. 경제적 궁핍을 이겨내던 어머니의 이야기가 그를 새로운 이야기꾼으로 길러낸 셈이다. 홍사종을 보면 '궁핍'이 '상상력'을 만들어낸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황석연 교육전문기자 sky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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