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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실패에서 건져올린 돈버는 필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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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선생의 '시간여행' 투자기법

10년의 실패에서 건져올린 돈버는 필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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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충무로와 을지로3가 사이

11월 중순 토요일 오후 1시. 서울 충무로‘아시아지식센터’강의실에 130여명이 모여 있다.
일부는 자리를 못 잡고 뒤에 서서 수첩을 꺼내들고 있다.
토요일 이 시간이면 충무로 명보극장 사거리는 아직 한가하다.
뒷골목의 소형 인쇄소 몇 곳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 이따금 들릴 뿐 행인은 별로 없는 것이다.

명보극장 사거리에서 남산 쪽 길가에 면해 있는 예전에 스카라 극장이 있던 곳.
그러나 이제 그 극장은 헐렸고 11층짜리 현대식 건물이 ‘아시아미디어타워’란 다소 웅장한 이름으로 들어 서 있다.

그 건물 9층 강의실에 모인 이들은 그러니까 한가한 거리를 뒤로 하고 여기까지 올라왔을 것이다.
충무로역에서 또는 을지로3가역에서 내렸을지도 모른다.
계단을 하나씩 올라, 한적한 거리를 한 발 한 발 내딛어 이 자리까지 왔을 터이다.
자본시장의 모든 투자자들이 그런 것처럼 때론 오르고 때론 그냥 걷고 때론 내려가고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강의 전 10분과 후 10분 사이

40대 중후반 남성이 주축이다.
틈틈이 가정주부도 섞여 있고, 20대 초중반 젊은이도 간간이 눈에 띈다.

약속대로 강의는 1시부터 시작됐다.
무극선생의 ‘2011 장세전망 및 투자전략 특강.’

강의가 시작된 뒤에도 사람이 몰려(어디가나 ‘지각생’은 꼭 있기 마련이니까) 서있기조차 힘들다.
뒷자리가 어수선하고, 강의 흐름이 몇 차례 끊긴다.

주최 측은 부득불 옆 강의실을 하나 내놓기로 했다.
자리를 못 잡고 뒤에서 서성대던 분들을 위해 동영상이지만 편히 ‘앉아’ 강의를 보고 듣도록 조치한 것이다.
뒷 분들이 우르르 옆 강의실로 옮겼고, 자리가 안정됐고, 강의는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강의는 물 흐르듯 진행됐다.
증권용어들이 쏟아지면서 투자 로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매트릭스를 어떻게 짤지,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면 어떤 투자관련 참고자료를 얻을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선생은 다소 전문적인 부분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으면 동영상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치 대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 또는 재수생에게 ‘이 문제를 풀 때는 이 공식을 적용하면 답이 나온다’고 수학문제를 풀어주듯 특정 종목의 주가흐름을 칠판에 그려가며 설명한다.
매매 지지선을 이야기하고, 시장에 속지 말라며, 몇 가지 변수를 들어 이 경우에는 얼마에 이 주식을 살 수 있을 지 찍어주기도 한다.

학생들은 맞은편에 앉아 선생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였고, 묻는 것이 있으면 또박또박 답변했다.

#강의 1시간 전

무극선생이 아시아지식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12시쯤.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 때문에 1시간을 당겨 온 것이다.
‘오팔년 개띠’라고 했는데, 그건 물리적 나이일 뿐 시장의 내공은 몇 갑자가 넘어 보였다.
(그 단계가‘무극의 지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일정 부분은 인간의 염원이 담겨있으리라.)

아시아경제신문이 쉬는 날인 토요일(신문을 안 만들뿐 온라인은 24시간 돌아가고, 그런 연유로 10층 편집국에는 당직 기자들이 근무중이었다)에 인터뷰를 한 건 전적으로 무극선생의 일정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도 주중에는 시장을 보고 있다고 했다.

무극선생(본명 이승조)은 실전투자 전문가로 현재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을 맡고 있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를 거쳐 한국경제TV, MBC 경제매거진 등에 출연중이며, 저서로는 30년의 실전 경험에서 건져 올린 ‘무극선생의 시간여행 투자법칙’, ‘무극선생의 과학적 투자비법’등이 있다.

30~40대 증권사에서 일할 때만해도 개별종목에 집중했다고 했다.
마치 작전꾼처럼 주가를 띄우기 위해 노력한 적도 있다고 한다.
투자탐방을 다녀오고 해당 종목이 괜찮다 싶으면 리포트 돌리고, 펀드를 규합해서 사들이는 식이다.

수급을 지켜보다 여의치 않으면 ‘수급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등성이에서 굴러 내려가던 눈덩이가 나무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는 것처럼 주가가 한순간 붕괴되는 걸 여러 차례 경험했다.
시장에 몸담은 89년부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점인 97,8년까지 10년을 개별종목을 찾아다니며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IMF 사태로 다니던 증권사가 문을 닫으면서 인생에 계기가 찾아온다.
등산복 입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기를 2년, 이 기간에 투자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책을 보면서 투자의 역사를 훑었고 시장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공부했다.
시장을 떠나 있던 40대 초반의 2년이 그를 지금의 길로 이끌었다.
주식투자 방법을 바꿨지만 당장 시작은 불가능했다.
종자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부하고 준비하고 있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전화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해 주식상담을 하는 회사가 출범하면서 함께 일하자는 연락이 온 것이다.

현재 증권 관련 유선TV 방송이 진행하는 소위 전문가방송의 전신이었다.
ARS 등 증권방송을 통해 시드 머니를 마련할 수 있었고, 정석을 기본으로 한 우량주 투자패턴을 실전에 적용하게 된다.
무극선생은 그 이후 시장에서 돈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시간여행

그는 자신의 투자를 ‘시간여행'이란 표현으로 설명하고 싶어 했다.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우량주를 골라 포트폴리오를 짠 뒤 이 종목들을 저점 매수해서 1년이든 3년이든 기다렸다 고점에 파는 방식이다.

주가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려면 종목 선택이 중요한데 ‘10년 동안 손절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절대 망하지 않을 기업을 골라야 한다.

‘세상의 모든 꽃이 흔들리면서 피듯’ 시장의 모든 가격은 출렁이게 마련이다.
포트폴리오 안에 있는 우량 종목이 비자금 파동으로 오너가 검찰 수사를 받는 등의 돌출 악재로 주가가 빠질 때 사들이는 것이다.

기업분석을 통해 그 종목에 확신을 갖게 되면 주가가 설령 10~20%씩 떨어져도 심적 동요로 내다 팔지 않게 된다.
물고기가 많다고 확신되는 포인트에 낚시를 담그고 기다리는 셈이다.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종목은 물론 전 세계 매크로 경제를 분석하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엉뚱한 종목을 바구니에 넣는 실패를 피할 수 있다.

둘째 반드시 여유돈으로 투자해야 한다.
용처와 시기가 정해진 돈으로 투자하게 되면 시간여행에서 실패할 공산이 크다.
언젠가는 오를 것이란 확신이 있어도, 내가 투자한 돈을 현금화해야 하는 시기와 주가가 오르는 시기가 일치하리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매크로 경기변동에는 늘 관심을 갖고 있되 종합주가지수에 함몰되지 말라는 말도 했다.
종합주가지수 대신 자신이 선택한 종목이 속한 업종을 지켜보라는 것이다.
그는 코덱스 사이트(http://www.kodex.com/index.jsp)를 추천했다.
종합주가지수에 연연하지 말라는 그의 조언은 탐욕과 공포의 늪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말로 들렸다.

무극선생은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었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그리고 단기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선물이나 옵션에 투자하지는 않지만 흐름은 늘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주로 우량주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선물시장에 무관심하기도 힘들 것이다.
옵션만기일이었던 지난 11일에 경험했듯이 현물과 선물을 조합해서 시장을 흔들어대는 세력이 많기 때문이다.

시장마감 직전 10분 사이에 몇 몇 금융기관을 부실의 늪으로 몰아넣은 소위 ‘11.11 쇼크’와 같은 시장의 메카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현물에서의 승산 가능성은 적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주식이 양이라면 파생은 음”이라는 말로 간단히 정리했다.
파생시장을 모른 채 주식을 사고파는 건 한쪽 벽만 바라보는 거라는 표현도 썼다.
‘11.11 쇼크’에 대해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일이라고 했다.
적어도 6개월 전부터 준비해서 결행한 일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놓고 애국심을 운운하거나 도덕성을 거론하는 것은 시장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게임의 룰을 정해놓고 벌이는 투자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승리하는 것이며, 실패한 쪽은 탐욕에 눈이 멀어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이라는 것이다. 물론 룰을 어기면 안 되겠지만.
이런 크고 작은 경험이 쌓이고 쌓여 시장이 발전한다. 과거 키코 때의 경험처럼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투자자와 시장 감시자 모두에게 말이다.

#잘먹고 잘자기

인터뷰가 끝날 때쯤 "시장이 크게 출렁거려도 밤에 잠을 잘 자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내가 갖고 있는 종목은 언젠가는 오를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에 자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IMF 이전 개별종목을 쫓아다닐 때는 몸을 많이 상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건강이 아주 좋다고 했다.
얼굴색도 편안하고 풍채도 당당하고, 겉으로 보기에도 그는 무척 건강했다.

그러니까 토요일 오후 충무로까지 온 학생들은 결국 투자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보다는 시장에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박종인 온라인뉴스 본부장 ain@
정리=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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