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 빈틈… 녹화된 개인영상정보 ‘누구나’ 볼 수 있어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1. 지난달 31일 밤 11시30분. 택시기사 김도영씨(43·가명)는 여의도에서 취객을 태우고 목적지인 교문동 구리경찰서 앞에 도착했다. 요금은 2만4000원. 하지만 손님은 평소보다 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김씨는 오는 길에 붙은 심야할증료를 설명했지만 승객은 손바닥으로 김씨의 뺨을 때리고 택시에서 내렸다. 김씨는 바로 앞 경찰서로 갈까 했지만 일이 복잡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서울로 향했다.


#2. 구리에 사는 김동효씨(29·가명)는 택시를 타는 순간 목적지를 말하고는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얼마 전 택시내부에 CCTV가 설치됐다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다. 가능하면 통화도 자제한다. 내 모습이 어디엔가 기록된다는 생각에 택시기사와 얘기를 나누지도 않는다.

택시안 CCTV설치 관련법 제정 시급, “누군가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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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내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을 놓고 업계와 시민단체들의 관련법 제정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승객들의 개인영상정보가 무분별하게 수집될 것을 우려하는 시민단체와 택시를 이용한 범죄 예방을 위해 CCTV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업계 간의 의견차가 뚜렷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행정안전부 주최로 열린 ‘택시내부 CCTV설치 관련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공청회’가 끝난 일주인 뒤 양 쪽 모두 CCTV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승객들과 택시기사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CCTV가 설치된 택시의 비율은 개인택시 47%, 법인택시 97%에 달한다. 접촉사고 분쟁을 막기 위한 외부촬영용 CCTV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내부촬영이 가능한 CCTV를 설치한 택시도 일부 운행 중이다.


문제는 승객들의 개인영상정보를 보호할 만한 관련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번 공청회를 통해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카메라 조작이나 녹음기능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택시의 CCTV의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이 전부다.


김자혜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CCTV가 분쟁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구체적인 관리나 법 집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 책임자 선정과 유출시 보상에 대한 법적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


대전지역 택시 안에 설치된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기록장치

대전지역 택시 안에 설치된 ‘자동차 블랙박스’ 영상기록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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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재로서는 택시내부에 설치된 CCTV영상은 누구나 볼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범죄예방용은 사고 발생시 경찰관 입회하에서만 열람이 가능하도록 돼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승객들의 차량 탑승시 CCTV가 녹화중에 있다는 안내를 하는 경우도 극히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 김 사무총장은 “일반 건물이나 주차장에 설치된 CCTV도 녹화중에 있다는 안내판이 있는데 실내를 촬영하는 택시에 없다는 것은 문제”라며 “심지어 녹음기능이 추가된 CCTV가 설치된 차량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택시업계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가 CCTV 설치비용 중 절반을 지원하지만 나머지를 법인 혹은 개인이 부담해야하는 상황에서 지금 같은 지적은 억울하다는 것이다.


기우석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민주택시본부 기획국장은 “개인택시 운전자들은 본인의 합의가 있어야 설치되지만 법인의 경우 운전자들은 권한이 없다”며 “일부 법인소속 운전자들은 감시당한다는 기분까지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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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택시업계도 CCTV가 승객과 기사의 안전을 위해 올바르게 사용되려면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개인정보보호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현재 법사위에 올라가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먼저 통과돼야한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보호과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은)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우선돼야 택시 내 CCTV설치에 관한 관련법도 제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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