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이 적립·운영 담당..이직후에도 안정적 관리 가능
# 중소기업 중견 사원으로 재직중인 이모씨(43세)는 요즘 들어 주름살이 부쩍 늘었다. 젊고 능력 있는 후배들이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 오면서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데 막막한 앞날을 생각하자니 더욱 막막하다. 아들 딸이 중학교에 진학하며 학비부담이 늘어나고 아내와 본인을 위해 쓸 노후자금까지 생각하면 고민은 깊어진다. 정년의 개념도 사라지면서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회사에서 주는 퇴직금만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마침 회사에서는 퇴직금을 중간정산받으라고 하지만 투자를 할 곳도 마땅치 않은데 무작정 정산을 받은 것이 손해라는 생각도 든다.
◆퇴직연금제도란= 퇴직연금이란 직장에서 퇴직금을 회사 내에 적립하던 기존의 제도와는 달리 금융기관이 퇴직금 적립과 운영을 담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출산율이 낮아 노인층을 부양한 젊은 세대가 줄어든다는 사회적 배경을 고려해 2005년 12월 도입됐다. 개개인이 알아서 노후를 준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퇴직금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측면도 있다. 기업들이 퇴직금을 장부상에만 쌓아놓고 실제로는 자금을 준비해 두지 않아 근로자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영악화나 도산으로 체불된 퇴직금은 4696억원에 달한다. 이직과 중간정산으로 퇴직금을 노후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실제로 많지 않다는 점 또한 문제였다.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하면 해당 회사가 아니라 금융기관이 퇴직금을 관리하므로 수급권이 보장된다. 회사를 옮기는 경우에도 퇴직금을 이어서 적립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목돈관리도 가능하다. 퇴직연금제도를 선택하면 퇴직하거나 이직하지 않는 경우 중도 인출에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무주택자로서 주택을 구입할 때나 가입자나 부양가족이 요양이 필요할 때, 기타 천재지변 등의 경우 중도에 인출할 수 있다.
퇴직연금제도 안에도 적립 방법과 적립금 운용권한, 책임 등에 따라 여러 형태가 있다. 먼저 확정급여형(DB)제도는 각 기업이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해 퇴직금을 운용하고 근로자는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받는 제도다. 운용성과에 따라 사용자가 부담할 금액이 늘거나 줄어든다. 이때 퇴직급여는 기존의 퇴직금처럼 근무기간과 평균임금에 따라 확정된다(퇴직 전 3개월 평균임금x근속연수).
확정기여형(DC) 제도는 기업이 매년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정기적으로 납입하면 근로자가 운용방법을 결정해 운용한 뒤 투자 결과에 따라 퇴직급여를 받는 구조다. 근로자가 직접 운용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책임을 지게 된다. 확정기여형의 경우 근로자가 추가부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회사가 납부하는 금액에 더해 근로자 본인이 여윳돈이 생겼을 때 추가로 납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얼핏 확정기여형은 투자자가 운용방법을 선택한다는 측면에서 위험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퇴직연금사업자가 원리금이 보장되는 운용방법(예금이나 국채)을 하나 이상 포함하도록 하기 때문에 실제 위험은 그리 크지 않다.
◆나에게 맞는 퇴직연금 고르기= 퇴직연금제도는 퇴직금을 해당 회사가 아닌 금융기관에 맡겨두기 때문에 수급권이 보장되지만 어떤 유형의 퇴직 연금제도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퇴직금의 보장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 개개인이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확정기여형의 경우에는 퇴직금 전액이 금융기관에 적립된다. 따라서 회사가 부도를 맞이한다 하더라도 퇴직금은 전액 보장된다. 이에 반해 확정급여형은 회사가 60% 이상만 회사 외부에 적립하면 되기 때문에 퇴직금을 100%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퇴직연금 선택에 앞서 생각해봐야 할 것 중 하나는 임금상승률과 투자수익률이다. 확정급여형의 경우 퇴직하기 직전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해서 퇴직금을 정산하기 때문에 회사에 몸담고 있는 기간동안 임금상승률이 높다면 퇴직금도 이에 비례해 늘어난다. 확정기여형은 매년 발생한 퇴직금이 계좌에 들어오기 때문에 근로자의 운용 방법에 따라 변동이 클 수 있다. 즉 임금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확정기여형을 선택하는 게 좋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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