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최근 한 조선업체가 정체불명의 괴소문 때문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조선업계가 대규모 설비투자에 신조 발주 불황이 겹치면서 남아도는 도크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어느 업체가 망한다더라는 소문을 넘어 살기 위해 도크에서 자동차를 만든다는 이야기까지 나도는 등 분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클락슨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조선소의 선박 건조능력은 지난해 기준 480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지난 2002년 1800만CGT대에 비해 7년 만에 무려 167%나 급증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조선업 호황으로 한국, 일본 등 전통적인 조선 강국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등 자국 건조주의를 내세운 신흥국들이 대거 조선소를 건설하면서 단기간 설비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조선업계 과잉투자에 대한 우려는 이미 수년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선사들의 대규모 발주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이러한 우려는 수면 아래로 묻혔다. 이런 상황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현실화 돼 지난해부터 중견 조선사를 중심으로 조업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당장은 조업 물량이 있더라도 추가 수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2~3년 안에 조선소들의 도미노 부도 우려 또한 커지고 있는 것이다.
놀고 있는 도크를 활용하기 위해 일부 조선소들은 해양설비나 특수선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들 부문은 기술장벽이 높기 때문에 무작정 뛰어들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조선업체들은 새로운 신규사업 개발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조선사 중심의 발주 시장이 선주 중심으로 가격 결정권한이 넘어간 상태인데, 도크가 많아지다 보니 가격 경쟁은 더 치열해져 수주를 해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일단 배를 만드는 일에서 신사업을 고민중이지만 새로운 부문에 진출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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