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신청자가 이렇게 많아진 이유는 표면적으로 24~36개월치까지 기본급을 주고 자녀 2명까지 대학 학자금을 주는 후한 조건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대출모집인 등으로 2년간 퇴직 후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좋은 조건도 있었다. 은행 측이 퇴직을 독려하고 실적 부진자를 후선 배치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데다 55세에 시작되는 임금피크제도 희망퇴직자 규모를 키운 면이 있다.
국민은행 희망퇴직자들에게서 우리는 '희망'에 가린 이 시대 직장인의 '그늘'과 '고민'을 읽는다. 스스로와 조직 장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후배들의 눈치, 새로운 삶의 행보를 개척해보려는 마음, 육아와 직장 사이의 고민 등이 어우러져 대거 희망퇴직을 신청했을 것이다. 또 수억원의 퇴직금을 일시에 쥘 수 있다는 생각이 직장에 대한 집착을 누른 셈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은 현금뿐'이라는 생각을 뒤집어보면 노후에 대한 직장인들의 불안감이 읽혀진다.
지난 7월 취임한 국민지주 어윤대 회장이 국민은행을 '비만증 환자'로 비유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시급한 과제로 내걸었다. 이후 구조조정설로 인해 수개월간 술렁거리고 흐트러졌던 조직을 추스르는 것은 어 회장의 과제가 됐다. 5000여억원의 엄청난 퇴직금을 일시에 부담한 이번 조치가 과연 적절했는지 어 회장은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몇 년 후 다시 희망퇴직으로 직원들을 내보내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경영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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