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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상최대 희망퇴직, 직장인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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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마감한 국민은행의 희망퇴직 신청자가 계약직 1500명을 포함해 3247명에 달했다. 은행 측은 거의 전원을 받아들일 것으로 알려져 신청자들은 다음 달 11일 퇴직하게 된다. 국민은행 직원 8명 중 1명꼴이다. 금융권 희망퇴직 규모로는 사상 최대라고 한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이렇게 많아진 이유는 표면적으로 24~36개월치까지 기본급을 주고 자녀 2명까지 대학 학자금을 주는 후한 조건 때문으로 알려졌다. 또 대출모집인 등으로 2년간 퇴직 후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좋은 조건도 있었다. 은행 측이 퇴직을 독려하고 실적 부진자를 후선 배치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데다 55세에 시작되는 임금피크제도 희망퇴직자 규모를 키운 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일거에 수천명의 행원이 사표를 결심했다는 소식은 이 시대 샐러리맨들에게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진다. 은행이 어떤 곳인가. 보수와 복지 조건이 좋아 졸업생들이 희망 직장 중 상위로 꼽는다. 국민은행은 내년 신입행원을 100명만 뽑을 것이라고 밝혔듯 들어가기가 더 어려워진 곳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나가겠다고 손든 행원이 수천명에 달했다.

국민은행 희망퇴직자들에게서 우리는 '희망'에 가린 이 시대 직장인의 '그늘'과 '고민'을 읽는다. 스스로와 조직 장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후배들의 눈치, 새로운 삶의 행보를 개척해보려는 마음, 육아와 직장 사이의 고민 등이 어우러져 대거 희망퇴직을 신청했을 것이다. 또 수억원의 퇴직금을 일시에 쥘 수 있다는 생각이 직장에 대한 집착을 누른 셈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은 현금뿐'이라는 생각을 뒤집어보면 노후에 대한 직장인들의 불안감이 읽혀진다.

지난 7월 취임한 국민지주 어윤대 회장이 국민은행을 '비만증 환자'로 비유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시급한 과제로 내걸었다. 이후 구조조정설로 인해 수개월간 술렁거리고 흐트러졌던 조직을 추스르는 것은 어 회장의 과제가 됐다. 5000여억원의 엄청난 퇴직금을 일시에 부담한 이번 조치가 과연 적절했는지 어 회장은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몇 년 후 다시 희망퇴직으로 직원들을 내보내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경영자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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