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개정 차단하고 예산국회 동력 확보
손 대표의 이날 발언 수위는 이전과 크게 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사구시'를 내세우며 협상에 무게를 뒀던 손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대운하 사업'으로 규정했다. 그는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낙동강 운하사업"이라며 "구색을 맞추려고 4대강 사업으로 슬쩍 바꿔 여기저기 강토를 파헤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토목공사를 하니까 주변 땅값이 올라간다고 인근 주민들과 해당 사업자들이 찬성하는 얄팍한 수를 쓰는 것이 4대강 사업의 본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에게 4대강 사업 이슈는 정기국회와 이어진 예산국회에서 모자란 의석 수를 채워줄 동력이다. 당장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앞서 한나라당이 직권상정까지 검토하고 있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 처리 예고시한인 25일을 국회 4대강 검증특위 구성 마지노선으로 잡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권과 시민사회를 하나로 결집시킬 좋은 기회인 셈이다.
동시에 검증특위가 불발될 경우, 예산국회에서 4대강 관련 예산 삭감을 위한 동력으로 이어갈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야당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국민투표 서명운동 등을 전개할 방침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민 70%와 종교계, 시민단체, 세계적인 학자들도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민주당과 함께 하고 있다"면서 "10월 말까지 국회 내 검증특위를 구성하지 않으면 국민과 손잡고 끝까지 반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여야 협상 창구역할을 해온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막판 조율을 통해 극적인 타결점을 찾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G20 정상회의를 3주일여 앞두고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집시법 개정과 개헌특위 구성 등 굵직한 사안이 맞물려 있어 해법찾기에 난항을 겪을 공산이 크다.
김달중 기자 d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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