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이 이번에는 시장에 통할 수 있을까.


한은이 14일 기준금리를 석 달째 2.25%로 동결했다. 최근 달러약세 기조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각국이 성장을 위해 자국 통화를 절하하는 '글로벌 환율 전쟁'까지 겹치자 추가적인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차익과 채권차익을 노린 달러자금이 대거 유입돼 채권금리와 환율이 급락하고 있어 금리를 인상했다간 환율하락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은의 결정이 외환시장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경제 전문가들은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글로벌 약달러 기조를 감안하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규복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를 인상할 경우 환율 절상압력이 가중된다는 것은 기본 경제이론일 뿐 플러스알파의 정보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라며 "절상되고 있는 추세에 반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의 발표가 있고 나서도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보였다"며 "그 자체로 외환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보다는 가속화를 막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대비책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이번 동결이 자칫 외환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점진적으로 차근차근 금리를 올리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앞으로 물가인상 압력이 높아지면 급하게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이 경우 오히려 부동산이나 외환시장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동결이 환율하락을 조금 늦출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오락가락하는 통화정책 기조로 인해 시장의 불신만 키우게 됐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15일 시장 보고서를 통해 "금리 동결 주요 요인이 9월에는 부동산 대책, 10월에는 환율로 바뀌었다"며 "일관된 기준 없이 매월 배경이 바뀌어 인상 시기를 예측하는 게 한층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김필헌 연구위원은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결정에 대해 시장에서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외국에서도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난 7월 금리정상화를 단행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채권금리가 하락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시장 신뢰만 잃고 정작 환율시장 안정은 물 건너가는 '정책실패'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이번 결정으로 한은 본연의 임무인 '물가안정'도 위태하게 됐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채소값 상승 영향으로 연내 최고치인 3.6%를 기록했다.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3%를 가볍게 웃도는 수치다.


한은이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앞으로도 물가는 수요압력의 증대 등으로 3%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여기에 민간의 기대인플레이션 심리까지 겹쳐지면 앞으로 물가상승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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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14일 기자간담회에서 "3.6%라는 수치 자체가 사람들의 인플레 기대심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인플레 자체가 사람들의 기대심리에 많이 기대고 있는 것"이라며 "기대심리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나중에 인플레가 수습이 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한은은 목표치를 웃도는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될 것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별 효과는 없는 환율시장 안정을 추구하려 소중한 금리인상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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