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정상,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G20]남미 맹주 이끈 '삼바리더십'...환율방어 '목청'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G20(주요 20개국) 서울정상회의에 오는 정상들 가운데 브라질은 좌파 출신의 남성 현직 대통령이 같은 당 출신의 유력 여성 대선후보와 동반 참석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화제다. 현직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룰라의 후광과 전폭적 지원을 받아 '룰라의 여자'로 불리는 집권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피 유력 대선후보가 주인공이다.


호세피는 야당인 사회민주당의 조제 세하와 만나 지난 3일 대선투표를 했으나 1차에서 과반을 얻지못해 오는 31일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다. 브라질 내에서는 호세피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력한 호세피가 당선되면 브라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다. 이럴 경우, 브라질 내부는 물론이고 G20서울회의에서도 차기 대통령감인 호세피에 더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브라질만은 다르다.

룰라는 과거 다섯 번이나 대선에 나왔고 재선에 성공했으나 3선 금지에 묶여 이번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았다. 임기를 넉 달도 안 남긴 상황에서도 룰라의 현재 지지도는 80%에 이른다. 호세피는 물론이고 야당의 세하 후보조차 선거 캠페인에서 룰라와의 친분을 과시할 정도로 룰라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룰라는 '삼바리더십'으로 불리며 말그대로 브라질 경제를 춤추게 했다. 브라질은 신흥경제국 그룹인 브릭스(BRICs ㆍ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일원으로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서 브라질을 중남미 축구나라에서 남미의 새 리더로 이미지를 전환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룰라의 인기를 '신성불가침' 수준으로 만든 요인은 견실한 경제 성장과 빈곤 해소, 그리고 국가 위상 높이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1994, 1998년 대선에서 대선후보로 나선 룰라 대통령을 연거푸 꺾은 페르난두 엔히크 카르도주 전 대통령조차 "룰라가 다시 나선다면 아무도 그를 패배시킬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경제규모 세계 8위로 부상한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7%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룰라 대통령 집권기인 2003~2008년 빈곤층은 43% 줄었고, 인구 1억9000여만명 중 빈곤층에 속하던 3200만명이 '신중산층'에 합류했다.


집권 첫해인 2003년 12.3%였던 실업률은 현재 6%대로 줄어들었다. 수치뿐 아니라 경제의 탄력과 건전성도 크게 개선됐다. 브라질도 지난해 경기 침체(-0.18% 성장)를 겪었지만 주요국들 중 가장 먼저 침체의 그늘에서 탈출했다.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브라질은 가장 늦게 빠져들고, 가장 빨리 빠져나올 것"이라고 단언했던 룰라 대통령의 예언이 실현된 것이다.


주변국들과 함께 채무국의 대명사로 통했던 브라질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을 대는 채권국으로 탈바꿈했다. 룰라는 한걸음 더 나아가 최근 현지 매체에 '대통령이 답한다'는 칼럼을 통해 "향후 10년 안에 빈곤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이라면서 "2022년은 브라질이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거듭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브라질의 경제 규모가 성장을 거듭해 20년 후 현재의 세계 8위에서 5위 수준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과 발언권도 세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 확보를 추진하고, 이란 핵문제 중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과 대등한 반열에 서려는 국제정치 무대에서 룰라의 행보 역시 브라질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국이 환율전쟁을 벌이는 와중에 브라질은 지난 4일 외환유입에 대해 금융 거래세율을 인상하면서 주요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자국의 환율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은 G20정상회의에서도 미 달러화에 대해 연일 강세를 보이는 레알화 방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환율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레알화는 인도 루피, 남아공 랜드와 함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절상폭이 가장 높은 통화로, 수출품의 가격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AD

따라서 호세피 후보는 대통령에 새로 오르더라도 좌파와 반미를 벗고 시장친화적 경제를 일군 룰라의 길을 다시 밟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호세피는 16세인 여고생때부터 군사독재 정권에 맞선 게릴라전사였다. 1964~85년 브라질 군사독재 기간 중 좌파 무장저항 운동을 벌여 수 년간 투옥되면서 '투사' '증기기관차' '철의여인'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룰라 정부에서 에너지장관, 수석장관 등을 역임했으며 대선 후보가 된 뒤 강성 이미지를 벗고 친서민 이미지를 부각시켜왔다.


지난해부터 뿔테 안경 대신 콘택트 렌즈를 끼기 시작했다. 짧은 단발 곱슬머리는 좀 더 길고 풍성한 아줌마 스타일로 바뀌었다. 주름살을 펴고 볼을 도톰하게 하는 성형수술도 받았다. 브라질 일각에서는 "호세피는 '21세기 가장 인기 있는 국가 지도자' 룰라 다 실바 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브라질의 어머니'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