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출세 지향적이고 권력지향적인 제도 도입이나 운영이 당연시돼왔던 것 같다. 가정, 조직, 직장, 시험 그리고 각종 모임에서조차도 권력을 잡아야만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인식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같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좀 더 큰 영향력을 지닌 조직이나 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급으로 진입하는 것을 성공으로 인정해왔던 것이 그간의 인식 프레임이었다. 물론 권력이나 상위 계급을 지향하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그 역시도 사회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공무원 채용 선진화와 관련해 하나 더 생각해 보자. 이번 선진화 방안에는 기존의 고시라는 명칭을 폐지하고 5급 공채 시험으로 변경한다는 발표가 들어 있었다. 명칭이 바뀐다는 것 자체도 커다란 의미가 있지만 기존에 지적돼왔던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예를 들면 현재 중앙정부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 현장 실무경험이 없이 책상에 앉아서 탁상공론만을 일삼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거나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모르거나,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정책이 결정되기도 한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공무원 사회 내부에 만연해있는 고시 출신과 비고시 출신 사이의 소통의 벽이 너무 높다는 비판도 있다.
비록 I종 시험에 합격하더라도 각 등급에서 재직하는 기간이 짧아 빠르게 위로 승진할 수는 있지만 출발은 계원부터여서 젊은 날에 현장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한편 공무원 사이에 계급의식이나 신분의식보다는 평등의식이 형성돼 협조와 참여가 높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바뀐 일본의 공직사회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이제 권력이나 계급의식보다는 평등사회에서 직무와 사람이 중시되는 새로운 공무원 인사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선진화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선진화된 사회에 걸맞은 공무원 인사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 교수 국가위기관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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