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프라자 합의 가능할까?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통화전쟁이 전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프라자 합의’와 같은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침체 탈출을 위해 수출에 목을 매고 있는 세계 각국들이 쉽사리 합의에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칸 총재는 지난달 28일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환율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조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환율전쟁의 해결책으로 국제공조를 제시했다. 그는 우선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미국 역시 위안화 절상을 중심으로 한 환율 문제를 G20 주요의제로 삼기 위해 벼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경기 둔화에 맞서기 위해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위안화 절상을 통한 미중 무역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는 것. 미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위안화가 25% 가량 절상되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약 500억~1200억달러 감소한다”면서 “10억달러는 5500개의 일자리와 맞먹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위안화 절상을 통해 27만5000~66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역시 최근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환율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지난 4일 아셈(아시아·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중국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리 렌 EU 경제 통화담당 집행위원도 “유로 약세가 지속된다면 EU의 회복은 둔화될 것”이라면서 “위안화 절상은 주요한 교역 파트너 관계에서 반드시 이뤄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압박에도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사실상 거부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아셈 개막 연설을 통해 “출구전략 시점과 속도를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한다”며 “주요 통화의 환율은 상대적으로 안정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발언권이 높이지고 있는 신흥국들도 중국을 두둔하고 있다.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에 속한 국가들은 최대 무역국인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셀소 아모링 브라질 외무장관은 “주요 선진국들의 자국 통화 하락 노력으로 신흥국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도 “위안화 절상을 위해 국제사회가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밖에도 미국의 최대 우방인 일본은 환시에 이미 독자 개입했고 미국의 약달러 정책에 대해서도 내심 불만이 많은 터라 미국을 적극 지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 매수를 통한 환율 방어에 나서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G20 의장국인 한국 역시 중국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으로 인해 국제금융협회(IIF)는 G20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IIF는 “글로벌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환율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G20은 위안화 절상을 비롯한 환율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IIF는 “미국, 중국, 일본, EU 등 핵심 국가들이 환율 시장 긴장 완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며 G4의 조속한 합의을 촉구했다.
한편 프라자합의란 1985년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재무장관들이 뉴욕 프라자호텔에 모여 미국의 대일 무역 적자로 인한 무역 마찰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 엔화 및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에 합의한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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