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고급 호텔을 방불케 하는 로비, 깔끔한 병실, 호화로운 휴식 공간. 우리나라 대형병원은 고급화 물결을 탄 지 오래다. 하지만 고급스러움을 거부하는 유일한 공간이 있다. 바로 '화장실'이다. 일부 사무공간이나 특실 병실을 제외하면, 대형병원 공공화장실에는 '비데'를 찾을 수 없다. 로비에 돈 들인 수준을 보면 비데 설치 비용이 부담스러워서는 아닐 것 같은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비데가 건강을 해친다고?

최근 국내 굴지의 대형병원인 S병원은 병원 내 비데 설치 여부를 놓고 회의를 열었다. 직원들이 비데를 설치해달라고 자꾸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앞선 첫 번째 논의에선 같은 안건이 '부결'됐다. 그리고 이번 두 번째 결론 역시 '부결'로 끝났다. 이 병원 한 의사는 "감염관리부서 쪽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결국 비데를 설치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유는 앞서 밝힌 대로 '감염 우려' 때문이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많은 병원의 특성상, 비데로 인한 감염질환이 생길까 우려하는 것이다. 건강하자고 쓰는 비데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니, 도대체 비데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상황이 이렇게 됐을까.

◆드물지만 치명적인…'감염질환'


의사들도 비데가 '청결한 기분'을 넘어 건강에 좋을 것이란 데 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연구된 바는 없지만 장기적인 비데 사용은 치질의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때문에 개인차원에서 가정용 비데를 사용하는 것은 의사들도 '강추'하는 바다. 하지만 공공시설에 설치된 비데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많다.


대소변에 포함돼 있는 각종 균, 특히 대장균이 문젠데, 이것이 비데의 노즐(물이 발사되는 장치)에 묻은 후 다음 사용자의 생식기나 항문을 통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단 '가설'이다.


이동근 한솔병원 원장은 "감염 가능한 균은 대장균, 박테리아, 곰팡이균(트리코모나스ㆍ칸디다) 등이 있는데, 이런 균에 감염될 경우 항문 가려움증과 치열(항문에 무리한 자극이 생겼을 때 발생하는 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항문질환자 등은 '조심해야'


물론 '만일의 균'이 '만일의 환자'에게 '만일의 감염'을 일으키는 것인 만큼 비데가 해를 끼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 특별한 기저질환이 있지 않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희박한 가능성 때문에 비데 사용을 꺼릴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상훈 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는 "공공장소라도 건강한 사람은 큰 문제가 없으나 항문 주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나 특히 여성은 공공 비데 사용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우 대장균에 의한 요로감염이 남성보다 쉽게 발생할 수 있다. 이 병에 걸리면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오고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잔뇨감이 생길 수 있다. 요로감염이 심해지면 세균이 콩팥까지 퍼져 신우신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 교수는 "남성 역시 항문 주위 상처를 통해 연조직염이 생기거나 상처주변에 농양이 생길 수 있다"며 "또한 직장 내부에 궤양이나 상처가 있는 경우, 치질이 심해서 점막에 손상이 있는 경우도 감염우려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공공비데 이렇게 관리해주세요!


공공비데는 판매사가 위생 관리를 해주는 경우가 흔하다. 대표적인 비데 판매사인 W사의 경우 노즐에 살균수를 뿌려주는 살균기능을 내장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또 도기내 이물질을 없애주는 도기살균기능도 있다. 주기적으로 직원이 방문해 위생을 점검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이나 '애프터 서비스'가 완벽하다면 S병원이 비데 설치를 '두려워' 할 이유는 없을 테다. 나름 허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개인 차원에서 감염우려를 씻을 수 있는 자가 관리법을 시행하는 게 현명하다.


일단 세균오염이 우려되는 노즐 부분을 자주 소독해주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비데만 설치해놓고 '위생은 당신 문제'라는 자세는 바뀔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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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앞서 언급된 항문주위 상처가 있는 사람, 치질이 심해 점막 손상이 있는 사람은 물티슈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성의 경우 신체 특성상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요로감염 등 생식기 감염 경험이 있는 경우 재발위험이 높으므로 공공비데보다는 대안을 활용하고, 관리가 소홀해 보이는 공공비데는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드물지만 때론 치명적인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길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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