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됐던 가족간 대화 '새록새록'
매주 한번이라도 과감한 결단을


[뷰앤비전]우리집 TV를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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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기업은행 여신운영담당 부행장]두 달쯤 전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20년 가까이 된 우리 집 텔레비전이 '비디오 아트 쇼'를 한동안 보여주더니 모락모락 연기를 피우며 장렬히 전사했다. 요즘에는 얇고 선명하고 화면도 커다란 텔레비전이 대세라 바꿔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던 차였다.

그러다 문득 텔레비전이 없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의견을 구했다. 평소 텔레비전을 즐겨 보지 않던 아내는 흔쾌히 동의했고, 당분간 텔레비전 없이 생활하기로 결정했다.


텔레비전이 없어지자 우리 집은 졸지에 적막강산으로 변했다.

큰 아이는 직장 관계로 이따금 집에 들르는 상황이고, 작은 아이는 군복무 중이라 텔레비전 소리조차 나지 않는 집은 참으로 고요했다. 아내와 거실에 둘만 앉아 있다 보니 집안 분위기가 자연스레 책을 읽거나, 대화하는 분위기로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날 점심 메뉴나 만났던 사람에 대한 얘기와 같은 사소한 하루 일과가 오고갔다. 대화의 주제는 이러한 하루의 일상에서 퇴직 후에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아이들 얘기 등 소소한 걱정거리부터 희망하는 것에 대해서까지 날로 다양해져갔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예전에는 밥 먹을 때뿐만 아니라 얘기를 나눌 때조차도 텔레비전을 보면서 잠깐잠깐 얘기를 나눴는데, 이제는 아내의 얼굴을 보며, 눈을 맞춰 대화를 나누게 됐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대화의 집중도와 연속성도 높아졌다.


며칠 전에는 스페인 수도자들의 옛 순례길인 산티아고 얘기를 하면서 우리도 꼭 가보자고 약속을 하기도 했다.


아내는 마음에 담아두었던 지나간 얘기도 해줬다. 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한 10년 전 아내가 입원했을 때 입원하던 날 외에는 한 번도 병원에 오지 않았던 남편이 몇 달 전 입원했을 때는 매일 병원에 와서 매우 놀랐다고 했다. 남편을 배려한 아내 특유의 표현 방식이다.


요즈음 아내와의 대화는 무척이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고 하루의 피로를 씻어 주는 청량제이기도 하다. 별로 재미도 없는 내 얘기를 진지하게 열심히 들어 주고 맞장구도 쳐주는 아내가 너무나 고맙고 사랑스럽다.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라거나, 텔레비전을 끄면 대화가 살아나게 된다는 얘기를 그동안 들어왔지만 정작 텔레비전을 끄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다. 손으로 전원 버튼만 누르면 되는 일인데도 말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아야 한다거나, 아이들이 클 때는 아이들 사회에서도 텔레비전을 봐야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다거나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늘 있었다.


그런데 정작 텔레비전이 없어지니 텔레비전을 끄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습관이었던 것 같다. 퇴근하면 리모컨을 옆에 놓고 볼 만한 프로그램이 없다고 투덜대면서도 자기 전에야 끄게 되던 텔레비전. 아이들이 좀 더 어렸을 때 이런 기쁨을 누리지 못한 아쉬움도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텔레비전을 다시 사더라도 전원을 과감히 끌 수 있는 자유도 누릴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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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들은 직장과 사회생활로 너무나 바쁘고 아이들은 학교로 학원으로 정말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다. 청년들은 어려운 취업난으로 매우 힘겨워하고 있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텔레비전을 켜지 말고 아내 또는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힘든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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