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맺은 '중혼적 사실혼' 관계도 당사자들의 기존 혼인 관계가 끝난 뒤에는 정당한 사실혼 관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왔다.


대법원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A(58ㆍ여)씨가 "남편 사망에 대한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국방부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중혼적 사실혼일지라도 군인 또는 군인이었던 자의 퇴직 후 61세가 되기 전 법률상 배우자가 사망해 혼인이 해소됨과 동시에 통상적인 사실혼이 된 경우 등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전 배우자 사망 뒤에는 사실혼 관계인 사람을 군인연금법상 배우자로 봐야 한다"면서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 등 위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미 결혼을 해 세 자녀를 둔 상태였던 육군 장교 B씨와 1979년부터 동거하며 아들 두명을 출산하고 함께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등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맺었고, B씨는 1981년 중령으로 전역해 퇴직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B씨는 본처가 사망한 뒤 2년이 흐른 1998년 4월(당시 61세) A씨와 새로 혼인신고를 하고 A씨가 낳은 자신의 두 아들과 본격적으로 함께 살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났다.


이후 A씨는 자신이 B씨와 사실상 혼인관계를 맺어온 배우자이므로 그에 대한 유족연금을 지급해달라고 국방부에 요청했지만 국방부는 '퇴직 후 61세 이후에 혼인한 배우자는 유족에서 제외된다'는 법 조항을 이유로 거절했다.


그러자 A씨는 '사실혼 관계에 있던 자도 유족에 포함된다'는 같은 법 조항의 문구를 근거로 "B씨 본처가 사망한 1996년부터는 적법한 사실혼 관계였으므로 유족연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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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B씨와 B씨 본처 사이에 법률상 혼인관계를 해소하려는 합의가 명시적, 묵시적으로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 이상 법률혼 관계를 이혼 상태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면서 "이렇게 보지 않는다면 '중혼금지' 원칙 아래에서 예외적으로 인정받는 사실혼이 자칫 법률혼을 '사실상 이혼상태'로 만들어 무력화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4월 "B씨가 본처 사망 이후 만 61세가 되기 전에 새로 사실혼 관계를 맺은 경우를 가정하면 그 사실혼 배우자는 당연히 유족연금수급권자가 될 것인데도 본처 사망 전부터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해서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로 보호받지 못하면 형평에 어긋난다"면서 1심 판단을 뒤집고 A씨 손을 들어줬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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