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건설사 CEO의 리비아 외교지원 '막전막후'
[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이은정 기자] 지난달 27일 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과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이 나란히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이들은 공식 일정을 밝히지 않은 채 조용히 출국했다. 서종욱 사장은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공사중인 트리폴리 메리엇(JW Marriot) 호텔 준공식 참석차 출국했다는 배경설명이 따랐다. 김중겸 사장의 출국 이유는 석연찮았다.
이 비행기에는 묘하게도 이상득 의원이 같이 몸을 실었다. 이 의원측도 대우건설의 리비아 준공식 참석을 이유로 댔다.
이 의원이 귀국한 지난 2일 김 사장과 서 사장의 모습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 면담에 성공하고 발걸음이 가벼워진 이 의원을 배경으로 출국장을 빠져나오는 장면이 목격된 것이다. 이에 따라 리비아와의 외교 갈등을 해소하기까지 두 CEO의 역할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사실 두 사장은 애타는 심정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 이유와 달리 정치권 등에서 지적한 특사 자격으로 외교관계 복원을 위한 지원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당면한 일정을 모두 연기시킨 채 특사를 측면 지원하기 위해 나선 두 사장은 이 의원의 과거 실패 사례로 더욱 긴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들은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의 면담을 측면지원하는 막전막후를 수행, 숨은 민간 외교관으로 활동했다는 분석이다.
김 사장과 서 사장은 귀국 후 임직원들에게도 리비아에서의 활동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김 사장은 4일 각종 보고와 임직원 월례조회 석상에서도 그저 "다녀왔다"고만 짤막하게 언급했다. 그만큼 귀국일정을 정하지 않은 채 떠났던 두 CEO는 떠나면서부터 귀국할 때까지 드라마틱한 일정을 소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리비아에 도착해서는 이상득 의원이 전면에서 활동하는 만큼 정부 대표단과 카다피 국가원수의 면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무엇보다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은 일찍이 1970년대 리비아에 진출, 왕성한 사업을 벌이며 리비아 정부 핵심관계자들과 인맥이 끈끈한 것으로 정평 나 있다. 정상적 외교관계가 끊어진 대 리비아 외교지원 역할에 큰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이끈 대우건설은 지난 77년 첫 진출 이래 2000km가 넘는 도로공사와 정부종합청사 등 200여건, 110억달러의 공사를 수행했다. 79년 진출한 현대건설도 22건, 54억달러 공사를 수주했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나란히 7월과 8월, 각각 1조4864억원과 5116억원짜리 발전소 건설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까닭에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의 리비아 현지조직은 탄탄한 편"이라며 "이번 외교지원에서 든든한 지원역할을 수행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성 주춤하자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1년 만에 흑...
건설업계는 두 건설사 사장의 외교지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외교에 대한 화답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국방과 에너지 등 분야에서 지원을 하며 건설업계의 사상 첫 원전수출을 성사시켜 경제외교의 백미를 보여줬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건설사 CEO들이 외교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중견건설사 CEO는 "외교관계가 긴장될 경우 정부만이 아닌 진출기업에도 직접적 타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기업 진출을 돕고 또 상황에 따라 기업이 정부의 외교지원에 나서게 되면 경제력 제고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