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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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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光化門)은 경복궁의 남쪽 문이다. 웅장하고 화려한 외관으로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궐문(闕門)으로 꼽힌다. 조선 개국 초인 1395년(태조 4년) 세워질 당시에는 사정문(四正門)으로 불리다가 1425년(세종 7년) 광화문으로 바뀌었다. '왕의 큰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는 의미라고 한다.

광화문은 새 왕조 탄생을 알리는 영광의 역사이자 전란의 상처를 안고 있는 수난의 역사이기도 하다. 경복궁은 새 왕조 조선의 상징물이요 광화문은 바로 그 경복궁 정문의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채 200년도 견디지 못하고 1592년 임진왜란 때 경복궁과 함께 불에 타 버린다. 그리고는 속절없이 270여년의 세월이 흐른다. 1865년(고종 2년) 흥선대원군에 의해 중건되면서 옛 영화를 다시 찾는 듯한다.
그러나 광화문의 수난은 계속된다. 일제 강점기인 1922년 일본이 조선총독부 청사를 경복궁에 들이면서 철거될 운명에 처한다. '조선인보다 더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으로 알려진 도요대(東洋大) 교수 유종열,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등의 반대로 철거는 면했지만 1927년 경복궁 동문인 건춘문 북쪽으로 옮겨진다. 그러나 그도 끝이 아니었다. 1951년 1ㆍ4후퇴를 전후한 시기에 다시 소실되고 만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정권의 정통성을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1968년 광화문을 복원한다. 하지만 온전한 복원이 아니었다. 석축은 옛 것이지만 상부 문루(門樓) 부분은 나무가 아닌 철근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위치도 원 자리에서 북쪽으로 11.2m, 동쪽으로 13.5m 떨어지고 방향각 역시 경복궁 중심축에서 3.75도 틀어져 지어졌다. 광화문 흉내만 낸 꼴이었다

그 광화문이 비로소 제 모습을 찾았다. 2006년 12월 복원을 위해 철거한 지 3년 8개월여만이다. 비록 615년 전 본래의 광화문이 아니어서 아쉬움은 있지만 편액도, 모양도, 관악산을 바라보는 위치도 고종 때 중건 당시 그대로 복원된 것은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의미에서 퍽이나 다행한 일이다.
광화문 복원의 의미는 그에 그치지 않는다. 광화문이 상징하는 가치는 정(正)과 본(本), 덕(德)이다. 광화문 복원은 단순한 궐문 하나의 복원을 넘어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의미 못지않게 근본을 바로 세우고 덕을 베푸는 선조의 지혜를 오늘에 다시 살리라는 뜻을 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도전은 광화문, 즉 경복궁 남문을 사정문이라 이름 짓고는 태조에게 고한다.

"정문(正門)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천자와 제후가 그 권세는 비록 다르다 하나, 그 남쪽을 향해 앉아서 정치하는 것은 모두 정(正)을 근본으로 함이니, 대체로 그 이치는 한가지입니다. (중략) 문을 닫아서 이상한 말과 기이하고 사특한 백성을 끊게 하시고, 열어서 사방의 어진 이를 오도록 하는 것이 정(正)의 큰 것입니다."

임금의 명령과 교지는 반드시 이 문을 거쳐서 나가고 보고와 현명한 인재가 모두 이 문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사정문은 나가고 들어올 때 깊이 살피고 허락함에 있어서 반드시 정에 본을 둔다는 조선의 정치철학을 상징하는 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광화문은 사정문의 정과 본의 가치를 아우르는 동시에 덕을 기리는 문인 셈이다.

정과 본, 덕이 의미하는 가치는 왕조시절이나 오늘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근본을 바르게 세우고 덕을 나누면 소통이니 대ㆍ중소기업 상생이니, 친서민이니 하는 것들은 절로 이뤄질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강조했다고 한다. 공정한 사회 역시 정과 본, 덕으로 할 일이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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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 논설위원 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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