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소련에서 분리, 해체된 이후에도 구소련 국가들에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 중인 러시아가 최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에서 약발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석유공사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감소'라는 보고서에서 "친러 성향의 국가들이 최근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일련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러한 현상은 특히, 에너지ㆍ자원 분야에서 강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의 적극적인 에너지ㆍ자원 확보 노력과 이에 대한 러시아의 안일한 대응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아시아 3국 중 가장 적극적으로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국가는 투르크메니스탄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외교적으로 영구중립을 표방하고 있으며, 친러 성향도 타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르 크메니스탄은 러시아에 강하게 예속돼 있었는데 작년 12월 중국행 가스관 이 개통하기 전까지 가스 부국인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스 수출로가 러시아로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2008년 투르크메니스탄의 총 수출액 중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52%이며 금액으 로는 119억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2008년 8월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하고 이로 인해 유럽의 가스 수요가 부진해지자 양국 관계도 악화되기 시작했다. 러시아는 유럽의 가스 수요 부진으로 자국 가즈프롬의 생산량도 줄여야 하는 판국에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투르크메니스탄 가스를 구매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러던 와중에 투크르메니스탄 가스관이 폭발한 것을 두고 양국이 감정싸움을 했으며 이 사건을 계기로 투르크메니스탄은 가스수출노선 다각화에 더욱 박차를 가했으며, 그 결과 작년 12월 투르크메니스탄-중국 가스관을 개통한 데 이어 올 1월 2차 이란행 가스관을 개통하기에 이르렀다. 이 가스관은 총 연장이 6518km에 달하고 가스수입국이 중국 한 나라에 국한되는 프로젝트로서 그 자체가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188km), 우즈베키스탄(530km), 카자흐스탄(1,300km), 중국(4,500km)의 4개국을 통과한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중에서 친러 성향이 가장 강한국가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유럽의 가스 수요 부진으로 투르크메니스탄 가스수입량을 줄인 작년 1·4분기에 우즈베키스탄으로부터의 가스 수입량을 오히려 증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즈벡에서도 러시아 기업들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러시아의 입지가 약화된 것이 천연가스 가격을 둘러싼 양국의 힘겨루기 때문이라면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러시아의 전략적 실패로 인한 영향력 약화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기업들의 활약이 가장 눈에 띄는데, 석유공사는 지난 3월 우즈벡 국영석유업체(UNG社)와 페르가나, 부카라 지역에 대한 탐사 의향서를 체결했고 페르가나 4개 광구 탐사와 아랄해 컨소시엄에도 참여 중이다. 지난 2월 이슬람 카리모프우즈벡 대통령의 방한기간 중에는 한국가스공사 주도의 한국컨소시엄이 우즈벡 정부와 가스화학플랜트 건설계약을 체결하였다. 투자비는 33억 달러로 예상되며 2011년 건설을 개시해 2015년 완공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중국 등도 우즈벡에 참여를 활발히 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어 카자흐스탄이 우즈베키스탄 다음으로 친러 성향이 강한 국가이나 러시아의 자원내셔널리즘 정책을 모방해 최근 자국의 이익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중국에 영향력을 피하지 못했다. 중국은 자국의 에너지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보유 외화자금을 원유와 가스 등의 자원으로 전환하는 원유공급 조건부 차관 제공(loan-for-oil) 전략을 사용해 오고 있으며 이러한 전략을 통해 2007년 200억 달러, 2008년 110억 달러에 달하는 해외 석유ㆍ가스 자산을 매입했다. 2009년에는 460억 달러 규모의 해외자산 매입 투자계획을 세운 바 있으며, 이러한 투자금액의 80%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 집중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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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러시아가 정치성에 묶여 경제성을 등한시하는 와중에 실리주의를 추구하는 중앙아시아 각국들이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었고, 대규모의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니즈(needs)를 채워주는 아시아 NOC들과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대표주자격인 가즈프롬이 과도한 부채부담으로 인해 중국의 자금력에 전혀 대응을 못하고 있어 당분간은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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