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와 소통'에 관한 이야기.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경영자 대상 지식ㆍ정보서비스인 'SERI CEO' 회원 4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8.7%가 '직원과의 소통에서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벽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소통이라는 말을 꺼내기 어려울 정도다. 사실상 '불통'이라는 얘기다.


왜 그럴까. CEO의 38.6%가 '가치관 및 비전의 차이'를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정보를 임의로 포장하거나 과장하는 등 정보왜곡', '관료주의적이거나 상명하복의 위계문화'도 각각 16.1%였다. '실수나 반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직된 분위기'라는 응답도 10.3%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CEO의 36.6%는 '직급에 상관없이 직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라고 답했다. '항상 투명하고 진실된 정보를 주고받는 문화 정착'(25.6%)과 '뜻이 다르거나 반대되는 의견도 유쾌하게 수용하는 유연한 분위기 창출'(21.4%) 등이 뒤를 이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숨어있는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셈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소통에 애를 먹는 이유도, 그리고 그 해법도 알고 있으면서 왜 CEO들은 직원들과의 소통에 벽을 느낀다고 하소연하는 걸까. 소통부재의 책임은 생각만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CEO들에 있다는 게 조사결과의 '숨어있는 진실'인 것이다.

이른바 '지행격차(知行隔差ㆍknowing-doing gap)'다. '지행격차'는 조직행동론의 권위자인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제프리 페퍼와 로버트 서튼, 두 교수가 함께 펴낸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에서 제기한 개념이다. 성공한 조직으로 이끌어 가려면 말을 앞세우기 보다 실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의, 일종의 조직혁신 이론이다. 물론 CEO뿐 아니라 전 직원이 대상이다.


여러 혁신론 가운데 '똑똑한 사람'과 '똑똑하게 말하는 사람'을 혼동하지 말라는 대목이 특히눈길을 끈다. 남의 아이디어를 온갖 지적 용어를 동원해 '똑똑한 척' 비판하는 직원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CEO들은 그런 부류들을 '창의력이 높은 직원'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제안을 내놓는 직원보다 '말 많은 헛똑똑이'들이 득세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말 많은 헛똑똑이'는 서튼 교수가 또 다른 그의 저서인 '또라이 제로 조직(No Asshole Rule)'에서 '또라이'라고 이름 붙인 인물과 같은 유형이다. 겉으로는 조직 전체를 위하는 양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는 암적 존재가 바로 또라이다. 혼자 잘난 듯 남을 비판하고, 타인의 영역을 침범하고, 결국 조직 내 인간관계를 해치고 조직의 활력을 빼앗는다. 힘없어 보이는 사람한테는 추악하고 힘 있는 사람한테는 한없이 온순하다. 문제는 유능한 것처럼 보이는 또라이의 뒤에는 많은 '선량한 조직원'들의 불행이 가려 있다는 사실이다.


또라이들이 횡행하는 조직의 특징은 모두가 위만 쳐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 조직의 공적인 의사결정 구조는 작동을 못하고 형식에 그치고 만다. '윗선'과 밀착한 몇몇이 '큰 일'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그러니 일관성도, 계획성도, 치밀함도 없고 무엇보다 위아래가 소통 부재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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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든 정부든, 하다못해 회원 열 명도 안 되는 친목모임이든, 조직화한 곳이면 어디에나 또라이는 있게 마련이다. 조직 내에 또라이들이 꽈리를 틀고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쫓아낼 일이다. 그런데 만약 리더가 또라이라면? 아니, 바로 당신이 또라이라면?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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