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최근 들어 미국 경제 둔화가 지속되면서 디플레이션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모습이다. 더 우울한 사실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통해 많은 경제학자들이 디플레이션의 경제적 파장을 연구했지만 손에 잡히는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는 데 있다.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지만 앞으로의 전개 과정에 대한 해답을 과거 일본의 사례에서 찾기 힘들다는 얘기다. 향후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직면했지만 일본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단하거나 이를 해결할 열쇠를 찾을 길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디플레이션은 대공황에 필적할만한 수요 감소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 물가가 떨어지고, 자산 가격도 동반 하락하며, 경기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의지로 기준금리가 한계지점인 제로 수준까지 떨어진다.

실제로 지난 1932년 미국 소비자물가는 10% 급락했고, 대공황이 발생했던 1929~1933년에는 총 27% 곤두박질쳤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됐다. 그러나 일본이 경험한 디플레이션은 이와 달랐다. 물가 하락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됐다. 소비자 물가가 연간 2%를 넘지 않는 선에서 무려 15년에 걸쳐 후퇴했던 것. 이로 인해 일본 경제는 지속적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했으며, 실업률은 지난 1990년대 초 2.1%에서 10년 사이 5% 이상까지 늘어났다.


이론대로라면 이러한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해 소비자 물가가 하락하고, 연체된 대출 규모 증가 역시 경제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돼야 했다. 그러나 실업률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가 떨어진다는 필립스곡선은 일본 경제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러한 디플레이션 형태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담 포센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이렇게 수년에 걸쳐 완만한 수준으로 나타나는 디플레이션은 그 해결점에 대해 설명할 만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정책자들은 과거 일련의 경험에 미루어 미국 실업률 급상승이 디플레이션 위험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일본의 디플레이션 경험은 이러한 연준 위원들의 생각을 더욱 강화시켰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지나치게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됐다는 점이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장기간에 걸친 일본식 디플레이션의 원인으로 가계와 사업체의 심리 상태를 꼽았다.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은 지출을 줄이게 되고, 이로 인해 물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하면서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이 야기됐다는 것이다.


정부 역할론도 제기됐다. 대다수 미국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 정책자들이 금융 위기에 대응해 금리 인하의 적기를 놓쳤으며, 경기부양책 철회 역시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 재무 건전성 확보와 불필요한 산업군에 대한 구조조정 역시 너무 늦었다고 분석했다.


마크 게틀러 뉴욕대학교 교수는 "일본 정부의 개입은 경제가 바닥을 지나도록 도와주기는 했지만 새로운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나이든 소비층이 은퇴를 대비해 소비보다는 저축에 나서면서 소비자 수요가 둔화, 물가가 하락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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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은 미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경우 단기적 대공항식이 아닌 장기적인 일본식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성장이 평균 이하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디플레이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인해 정책자들이 이를 타개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혜신 기자 ahnhye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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