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

'온렌딩' 방식 지원..저신용 기업에 마진 늘려
해외자원개발 등 국가적 전략사업 집중 지원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정책금융공사는 설립 약 8개월만에 녹색ㆍ신성장동력 및 중소기업 정책금융에 100조원을 지원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며 훌륭하게 정체성을 확립했다. 지난해 10월 산업은행에서 분리될 때만 해도 각계의 우려섞인 눈빛을 받았지만, 이제는 명실상부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안정감 있는 행보를 진행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있다. 한때 '기업구조조정의 달인'이라고 불리던 그였지만, 이제는 기업들을 뒤에서 지원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올 한 해 목표가 정책금융 6조원 공급인데 상반기까지 승인기준 50%, 인출기준 40%를 달성했다. 이 기세라면 하반기까지 7~8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 같다". 유 사장은 기자와의 만남에서 최근 실적을 밝히며 만면에 웃음을 띠었다.


유재한 호는 출범 이후 8개월만에 150명 남짓한 조직 규모로 만족스러운 실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퍼주기' 식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소기업이라고 다 해준다는 것은 옛날 생각"이라며 "이제는 은행을 통해 시장원리에 따라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금융공사가 시행중인 '온렌딩(on-lending)'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시중은행을 자금지원의 중개기관으로 지정해 부실기업은 솎아내되, 자금을 공급할 때 우량기업에 대한 마진은 축소하고 저신용 기업에 대한 마진은 늘리는 방식으로 기회를 공평하게 주고 있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에는 부실기업, 좋은 기업 할 것 없이 다 자금을 공급해 줘야 했지만 이제는 제대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공사의 발전방향은 지난 6월 발표한 비전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오는 2015년까지 정책금융 100조원을 공급하되, 중소기업과 녹색산업, 사회간접자본(SOC) 및 지역개발, 해외자원개발 등 국가적 전략 사업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 단 해외자원개발의 경우 단독 진출보다는 컨소시엄을 형성해 따라 들어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또 금융지원과 일자리 창출의 상관관계 분석을 통해 일자리 창출 분야가 큰 분야에 정책금융을 집중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을 발주하였으며 이달 말 결과가 제출된다. 막대한 정책금융에 드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과정도 착착 진행중이다.


올해 10억달러 상당의 외화를 차입하고, 하반기 지표채 역할을 할 수 있는 글로벌 본드 발행이 가능하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현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하기 위한 사전절차가 마무리된 상태다.


유 사장은 "이 경우 대규모 자금 소요에도 대응할 수 있으며 필요시에는 금융안정기능 수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는 전방위적 외자조달 가능체제 구축을 위해 미 SEC 앞 일괄등록(US Shelf)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일본에서는 사무라이 본드(Samurai Bond) 발행을 위한 제반절차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 인수합병 시장의 태풍의 눈이 된 현대건설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매물로서의 현대건설의 가치는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대건설은 다른 회사들과 달리 사겠다는 사람이 많고, 외국에서도 신경쓰는 곳이 있는 것 같다"며 "얼마나 비싸게 투명하게 파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현재 현대건설은 외환은행 주관 하에 매각주간사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후 매도자 실사, 기업가치평가 등 통상적인 매각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산은지주 민영화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의 수신기반 구축 강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여타 일반은행에 비해 자금조달 구조 등이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당분간 수신기반 확대 등 민영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체질개선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외환은행 매각 등 국내외 시장여건, 매각가치 극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분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산업은행은 산은법 규정에 따라 '민영화이행점검위원회'가 구성돼 운영 중이다. 설립 10개월을 맞은 정책금융공사의 미래는 어떻게 바뀌어갈까. 유 사장은 '찾아가는 금융서비스'를 바탕으로 정책금융공사를 차별화하고, 새로운 스타일의 선진화된 정책금융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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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만 큰 공사'라는 이미지 극복을 위해 인력의 소수 정예화를 통한 '강소(强小)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뜻도 확실히 했다. 그는 "인력을 충원하되, 소수 인력만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전문인력을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며 "2015년까지 1인당 자산규모 3000억원, 1인당 자금공급 규모 6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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