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허정무 호’는 알고 있었다. 아르헨티나 공격이 강하고 예리하다는 것을. 그런데 그 대비는 과했다. 처음부터 너무 수비에 치중했다. 공격은 애시 당초 포기한 듯했다. 최전방공격수 박주영(모나코)마저 미드필더 아래까지 한참을 내려왔다. 어렵게 공을 따냈지만 공격전환 과정에서 짧은 패스는 번번이 뺏겼고 긴 패스는 부정확했다. 차범근 SBS 해설위원은 해설 도중 “집중해야 한다. 어렵게 수비를 하고 공을 쉽게 내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완전히 빼앗긴 주도권. 아르헨티나 공격의 중심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였다. 짧고 빠른 패스로 한국 공간을 넘나들었다. 촘촘한 수비가 앞을 막으면 다른 공격 활로를 찾아다녔다. 그 과정은 차분하고 여유로웠다. 메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시티), 앙헬 디 마리아(벤피카)의 활발한 공격에 한국 수비벽은 천천히 무너졌다. 틈새가 보이자 아르헨티나는 거칠게 몰아붙였다. 수비수 한 명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빼어난 개인기를 앞세워 문전을 쇄도했다. 짧은 패스만으로도 수비진이 무너지기도 했다.

협력 수비가 필요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급급했다. 자주 파울을 범했다. 벨기에 출신 데 블리케레 주심은 엄격했다. 조금만 반칙이 나와도 휘슬을 불었다. 가장 파울을 많이 범한 공간은 오범석이 담당하는 포백라인의 오른쪽이었다. 쉽게 내준 프리킥은 불운과 겹치며 아르헨티나의 선제골로 이어졌다.


전반 17분, 메시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이 골문 앞으로 날아와 골문 앞에서 수비를 하던 박주영의 오른 정강이를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박주영의 자책골.

골을 허용한 뒤 분위기는 더욱 침체됐다. 기운이 빠진 탓일까. 수비진 사이 공간은 점점 넓어졌다. 당초 막강한 아르헨티나 공격진을 막기 위해 들고나온 해법을 스스로 잃어버리고 있었다.


계속된 공세에 전반 33분 두 번째 실점이 나왔다. 막시 로드리게스(리버풀)가 올린 크로스가 부르디소의 머리를 맞고 골문 앞으로 연결됐다. 이과인은 제자리에서 헤딩슈팅으로 손쉽게 골망을 갈랐다. 위치는 오프사이드를 절묘하게 피했다.


후반 한국은 기성용을 빼고 김남일을 투입하며 1선 수비라인의 견고함을 노렸다. 그러나 허 감독의 작전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몇차례 공격을 주도하면서 흐름에 변화를 보이는 듯 했지만, 처음 계획했던 수비라인이 한꺼번에 무너지며 두 골을 더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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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격은 메시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묘기에 가까운 드리블로 문전을 돌파하고 왼쪽, 오른쪽 측면으로 고르게 패스를 찔러줬다. 수비수 5명 사이를 헤집고 파고들며 직접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1선과 2선 수비라인은 너무 쉽게 무너졌다. 위협적이지 않은 공간을 포기해야 했음에도 무조건 따라다니며 효과적인 대처에 실패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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