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우의 세상엿보기]'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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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이락(烏飛梨落)이 있었다. 하필 그날 밤 시차를 두고 백령도 해역 가까운 북의 기지에서 잠수정이 움직였고, 전투기도 발진했다고 한다. 그리고 속초함이 뭔가를 향해서 130여발의 함포사격을 했다. 한마디로 천안함 침몰과는 별개라고 주장하는 퍼즐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때문에 시중에는 사고의 원인이 불러올 파장을 우려해서 정부가 공개범위를 통제하고 있다는 의심이 팽배한 실정이다. 해군의 교신일지를 공개한다는 것은, 북의 동태를 사전에 어느 범위만큼 파악하고 있었느냐는 정보능력의 노출에 관한 극비사안임을 누가 모르랴. 그래서 내 카드만 일방적으로 다 보여줄 수 있다는 부담이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차원의 우려를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민관합동조사단의 백령도 행 결정은 군의 '숨겨야 할 이유'에 의심이 간다는 뜻이다. 진위규명의 공이 군에서 정치권으로 넘어온 이상, 사고전후의 영상과 교신일지를 선택적으로 공개하여 의혹을 증폭시키는 대응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최첨단 전자 장비를 조작했던 장병들이 전역을 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군의 발표를 지켜보며 조목조목 반박하는 위치에 있다.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알권리를 두고, 안보의 그늘에서 양파 껍질처럼 마지못해 하나씩 벗겨 낸다면 그야말로 소탐대실하는 선택이다. 어떤 경우도 진실을 공개하라는 주장에 맞설 논리는 없다. 그것도 46명의 젊은 생명들을 대신한 이유 있는 항변이지 않은가.

신뢰를 잃은 정치는 설 자리가 없다.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이 경제나 국방보다 우선한다. 글로벌경제위기 이후 '일자리' 창출 명분만 있다면 일방적인 정부의 밀어붙이기도 추진력으로 양해되었으나, 정작 정부 자신이 '설자리'를 잃게 되면 기초부터 흔들리게 된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다.


순식간에 두 동강 난 천안함의 단면을 두고 선체일부의 균열에서 초래된 '금속피로현상'으로 설명한다. 일을 많이 벌려놓고 곳곳에 저항이 상존한 터에 또 다른 문제를 수습해야하는 정부의 처지도 피로가 누적되는 비슷한 현상이다.


6월이 오면 선거도 치러야 되는데다가, 어김없이 꽃게를 찾아서 연평도에 모여들 어선들의 호위도 막중하다. 그 전에 풀어야 할 숙제이니만큼 군도 정부도 어민들에게도 시간이 없다. 당연히 국회는 감추고 폭로하는 공방전 대신 공개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무대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긴장을 완화할 국방당사간의 회동이 금강산관광 재개보다 선행되어야할 과제다.


대치상황에서 충돌만 없다면 북한의 해안포대가 전부 개방되어 있다한들 긴장속의 평화롭기만 한 해상이다. 심지어 꽃게들조차도 휴전선과 NLL의 존재는 다 알고 살아간다. 허락 없이 그 선에서 얼쩡거리면 해상과 공중에서 뭔가가 출동하기에, 나름대로 터득한 생존방식이 바로 집게발을 치켜들고 옆걸음으로 걷는 것이다. "쏘지 마라, 내 손에는 무기도 없다"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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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백령도 주변 날씨가 서울 날씨보다 더 중요한 정보가 되었으나, 그 지대한 관심도 벚꽃이 필 때쯤은 망각의 강을 건널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작 수장된 함미를 크레인이 들어 올렸을 때 그 관통된 구멍을 통해서 국민들이 느낄 분노의 정도다.


누구도 원치 않지만, 천안함의 침몰에 북한이 관계되었다면 응징의 수위를 두고 정부가 떠안을 부담은 가늠할 수 없는 무게가 된다. 어쩌면 그 시점을 대비해서 서서히 냉정을 찾아야 할 때는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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