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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최시중 위원장의 '눈물속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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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눈물이 화제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그것도 공개석상에서 눈물을 뚝뚝 흘렸기 때문이다. 최위원장은 지난 18일 제주도 서귀포 KAL호텔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세미나 도중 종합편성 채널 선정과 관련해 소회를 밝히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열린 워싱턴특파원 간담회 때는 어린 시절 가난과 싸우던 얘기를 하던 중 눈물을 쏟았다.

공교롭게도 두번 모두 언론계 후배들과의 만남 자리였다. 올해 74세인 최위원장은 동양통신,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언론인 경력 30년의 언론계 대선배로 통한다. 최 위원장의 눈물 사연을 소개한 최근 기사에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수백개씩 달렸다. '악어의 눈물' '명연기' 등 시니컬한 내용도 여럿 눈에 띄었다.
하지만 주목하고 싶은 것은 바로 '눈물속 진주'다. 최 위원장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종편 선정계획은 물론 KBS수신료 인상, 이동통신 요금인하 문제 등 당면 현안들에 관해 두루 입장을 밝혔다. 이 가운데 가장 눈을 번쩍 뜨이게 한 발언은 바로 방송통신정책의 최고 수장으로서 'IT콘트롤타워 부재'를 직접 언급한 대목이었다. 이 같은 발언은 자칫 종편 논의나 눈물에 묻혀 그냥 스쳐지나갈뻔 했다.

최위원장은 "과거 정보통신부 해체는 사려깊지 못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진의가 무엇이든 현 정권의 정부 조직개편에 문제가 있었음을 현직 장관급 인사가 직접 거론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업무영역을 놓고 크고 작은 마찰을 빚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더 그렇다.

"정보통신부 해체 뒤 그 기능을 지경부, 문화부, 행안부로 삼분 사분시키는 바람에 해당 분야마다 마찰이 벌어진다"는 최 위원장의 지적은 그야말로 현실을 직시한 발언이다. 더욱이 '사려깊지 못한 정부조직 개편의 부작용' 탓에 'IT콘트롤타워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불거지고 있다는 최 위원장의 질타는 수많은 IT기업인들의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기도 하다. 혹시 이명박 정부의 실세가 작심하고 한 발언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정부조직의 변화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최위원장은 "지금 다시 정부조직을 개편하자는 것은 넌센스"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다만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협조했는데도 안되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특별법이나 IT특보의 조율로 정부조직 개편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문제는 방통위가 출범한지 만 2년이 넘도록 전혀 해결하지 못한 지경부 등 타부처와의 공조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지에 대한 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또한 타부처와의 업무영역 조율과 같은 기술적 해법찾기에 앞서 방통위의 합의제 운영 등 업무처리 방식에 대해서도 이제는 한번쯤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본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시대에 걸맞은 컨버전스정책을 총괄한다는 취지로 설립된 방통위가 설립 의의와는 달리 종편 선정 등 정치적 함의가 담긴 이슈에 치우친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바람직스럽지는 않다.

합의제 기구의 최대 단점은 상임위원 5명의 의견이 제각각이면 아무런 결론도 도출해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뿐 아니라 정책제안 때 마다 5명의 위원에게 따로 보고해야 하는 등 비효율성 문제도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게다가 이달초 방통위 이병기 상임위원이 임기를 1년여 남겨두고 갑자기 사퇴하는 바람에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 한명은 지금도 '공석중'이다. 민주당이 야당몫으로 상임위원 한 명을 새로 추천할 예정이지만 업무공백뿐 아니라 합의제 기구의 팀워크 문제 등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시중 위원장이 용기있게 언급한 'IT콘트롤타워 부재' 발언이 방통위의 새로운 역할 정립을 위한 실질적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최근 10개월 사이, 공식석상에서 두번이나 울음을 터뜨린 최위원장이 자신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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