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무기 K-9자주포 정비 이렇게 한다
9사단 정비대대 체험기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은 올해 초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북한 한계선(NLL) 이북 북한 해상으로 350여발 이상의 해안포와 방사포(240㎜), 자주포(170㎜)를 발사했다. 240㎜ 방사포의 로켓 한발은 반지름 80m 이내에 피해를 주고, '곡산포'로 불리는 170㎜ 자주포 포탄은 한발이 반지름 40m 이내 지역의 인마를 살상하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우리 군은 당시 차분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대응할 무기가 없어 그런 것은 아니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우리 군도 강력한 '펀치력'을 갖춘 대응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 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우리군이 내세우는 한국 명품무기 10선에 당당히 들어간 K-9자주포가 그것이다. 군 당국은 백령도와 연평도에 K-9 자주포를 증강배치기로 했다.
사거리가 40km의 K-9자주포는 현재 백령도 뿐 아니라 지상전을 대비 육군 사단에도 배치돼 있다. 육군은 지난해 8월부터 9사단에 K-9 자주포를 전진배치해 운용하고 있다. 총 350여문이 일제히 불을 뿜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K-9자주포의 펀치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아무리 펀치력이 뛰어나더라도 고장이 나면 무용지물.
이에 따라 우리 군은 철저한 정비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지 초탄을 쏠 수 있는 준비를 해놓고 있다. 8일 오전 경기도 일산 풍동의 9사단 정비대대를 찾았을 때 장병들은 막 정비훈련에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정비대대에는 자주포 한 대가 들어갈 수 있는 벙커모양의 포상 10여 곳이 마련돼 있었다. 포상에는 무게 47t의 집채만한 덩치의 K-9자주포 5대가 버티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K-912 구난차량 1대, k-77 사격지휘차량 1대, 궤도정비차량 1대가 나란히 정렬해 있었다.
오전 8시30분 정비훈련이 시작됐다. 구난전차는 K-9자주포에서 1000마력의 Mtu-880엔진을 꺼내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1000마력의 엔진은 K-9자주포 심장. 일반 승용차가 150마력인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힘을 자랑한다. 바로 이처럼 강력한 심장 덕분에 47t의 무게에도 K-9자주포는 시속 70㎞로 들판을 달리고 경사 60도의 야지를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
자주포의 상판을 들어내자 가로 1m, 세로 1.5m가량의 엔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게 2t의 커다란 엔진이었지만 구난전차의 크레인이 들어 올리자 레일을 타고 가볍게 올라왔다.
수송관 박창식 준위(기행 144기)는 "155mm K-55자주포는 엔진을 들어 올릴때 엔진이 좌우로 흔들려 손상을 입는 경우가 있지만 K-9자주포는 레일이 내부에 장착돼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해 8월 보급된 최신 장비인 만큼 정비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이날 정비에는 삼성테크윈 김상복 엔지니어도 함께했다. 군에 K-9을 납품한 이후 1년 동안은 방산기업 담당직원들이 야전부대에 항상 대기하면서 정비지원을 한다고 했다. 김 엔지니어는 "K-9자주포가 보급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장병들이 훌륭하게 정비를 하고 있어 마음 든든하다"고 말했다.
엔진을 자주포 옆 땅에 조심스레 내려놓자 정비대원들의 손길은 더 바빠졌다. 엔진 오일점검은 물론, 전류, 냉각수, 연료 등을 체크하기 위해 10개의 전선을 일련번호에 맞춰 엔진과 연결했다. 기자도 김 엔지니어와 함께 전선을 엔진과 연결하고 시동을 걸었다.
시동을 걸자 포반장은 포탑에서 모니터를 지켜봤다. 눈과 귀로 일일이 점검 항목을 체크해야 하는 K-55 자주포와 달리 K-9자주포는 모니터로 88가지 항목의 점검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만큼 정확도는 높아지는 반면, 시간은 절약할 수 있는 자주포가 바로 K-9이라는 것이다.
뒤편으로 가니 내부구조를 훤히 볼 수 있었다. 2층 구조인 K-9자주포의 탑승인원은 포반장, 조종수, 사수, 부사수, 1번 포수 5명이다. 이들이 모두 들어가도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을 만큼 공간이 넓었다.
K-9자주포의 장점은 이 뿐이 아니다. 자동장전시스템이 장착돼 있어 15초 3발을 쏘는 신속발사는 물론, 분당 6발을 계속해서 쏘는 지속사격, 3발의 탄이 동시에 떨어지는 동시탄착(TOTㆍTime On Target)사격이 가능하다. 이런 능력 덕분에 K-9 1문은 K55 자주포 3문의 역량을 발휘한다. 게다가 40kg이 넘는 무거운 포탄을 장전병이 가슴높이까지 들어올려 장전장치에 올린 후 유압식 피스톤으로 포의 약실 안에 집어넣을 필요도 없다. 이 같은 장전작업으로 전투력 손실은 물론 포의 사격속도를 크게 떨어졌으나 자동장전시스템은 이런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자주포 뒤에서는 궤도정비가 한창이었다. 험한 야지를 달리다 절단되거나 이탈한 궤도를 다시 연결하고 방활구를 설치하는 정비다. 방활구는 자동차의 체인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눈 위나 진흙에서도 최고 속도를 가능하게 해 준다.렌치를 들고 궤도의 볼트를 풀어보았다. 처음에는 뻑뻑해서 돌아가지 않았지만 다시 한번 힘을 주니 서서히 풀렸다. 그리고 궤도를 천천히 밀어 해체하는 일을 도왔다.
정비대원들 틈에는 여군도 눈에 띄었다. 정비반장 최은경 중사(부후 04-13기)는 전군 최초로 K-9자주포를 직접 정비하고 있는 여군이다. K-9자주포 정비를 위해 최 중사는 지난해 초 종합군수학교에서 3주간 기술전문과정을 이수했다.
최 중사는 "처음 K-9자주포를 본 순간 믿음직한 몸체에 한번, 강력한 화력에 한번, 완벽한 시스템에 한번 등 세번 놀랬다"면서 "정비가 복잡하기보다는 오히려 배울 점이 많다"고 겸손해했다.
K-9자주포의 연간정비(엔진가동 250시간)때는 189개 항목을 점검해야한다. 점검항목이 많은 만큼 꼼꼼함이 필수다. 또 이날 하루 100여 가지의 항목을 점검하고 100개 이상의 나사를 조이고 닦는다. 이날도 마찬 가지였다. 나사를 조이고 닦다보니 팔의 근육이 뭉쳐 움직이기조차 힘들었다. 시계는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다.
정비를 마친 K-9자주포를 이끌고 태백산대대 포병대원들이 평가운행에 나섰다. 기자도 올라탔다. 시동을 걸자 덩치큰 공룡처럼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쇳덩어리 집합체였지만 유기압식 흡수장치 덕분인지 K-55보다 승차감은 매우 뛰어났다. 경사 40도의오르막도 부드럽게 올라갔다. 포병대대 장병들은 정비대대 대원들을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야전부대에서 최신예 자주포를 운행하는 장병들이 정비대대 대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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