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폴란드-프라가’를 검색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우범지대’다. 바르샤바 내에 있는 지역이긴 하지만 중심가와 조금 떨어져있고 다양한 인종들이 살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유명한 전쟁 영화 ‘Pianist’의 폴란스키 감독이 영화 배경으로 촬영했던 곳이기도 하다. 내 게이 친구 ‘마티’는 폴란드에 왔으면 프라가를 가 봐야 한다며 폭설로 발이 푹푹 빠지는 날 징징거리는 나를 이끌고 프라가로 향했다.
"아 뭐야 별거 없잖아" 눈 보라를 헤치고 프라가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내 느낌이었다. 바르샤바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수도 없이 말하던 게이 친구 때문에 기대가 컸던 나는 "야 뭐 다를 거 없잖아?"라며 불평했다. 마티는 웃으면서 조금만 기다려 보라며 나를 이끌고 프라가 골목길로 들어섰다.
마티가 제일 처음 보여준 곳은 영화 감독들이 세계 2차 대전의 배경으로 많이 사용한다는 거리였다. 우와, 순간 내가 영화 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거의 부서질 듯한 건물이며(실제로 부서져 가고 있다고 한다) 으스스한 가로수까지, 더 놀라운 것은 프라가의 건물들은 바르샤바 중심지(Old town)의 건물들과 달리 재건된 것들이 아니라 폴란드의 아픔 역사를 고스란히 견뎌낸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마티가 저것 보라며 가리킨 건물의 위 편에 1912라고 적혀있었다.
골목 골목 프라가를 구경 하다 보니 집집 마다 성모마리아나 성인들의 조각 상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 시선이 잘 닫지 않는 골목 곳곳 마다 십자가가 있었고 조그만 채플이 있었다. 마티는 2차 대전 당시, 교회를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집안에서 기도 드리기 위해 만든 것들이라고 한다. 조그만 프라가 지구에 3000개가 넘는 채플들이 있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프라가 지역은 폴란드 사람뿐 아니라 베트남 사람, 흑인, 집시 그리고 유대인 등 다양한 인종들이 산다. 그 중 지금은 그 수가 많이 줄었지만 과거엔 많은 유대인들이 이 곳에 살았다고 한다. 그들의 흔적은 프라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프라가에는 유대인 단체가 있었고 유대인이 운영하는 많은 가계들도 있었다. 집 주소와 함께 ‘Jews’라는 문구가 명백히 적혀 있었다.
무엇보다 프라가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르샤바에서 손꼽히는 우범지대이면서 동시에 많은 예술가들이 거주하고 창작활동을 하는 장소라는 점이었다. 프라가에는 정말 많은 아트 갤러리가 있었다. 옛날에는 보드카 공장으로 사용됐다가 지금은 예술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한 아트갤러리에 갔었는데 형형색색의 창의적인 작품들을 보니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것 같은 아이러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프라가 어때?"
짧은 프라가 여행을 마친 후 학교로 돌아갈 때 마티가 물었다.
"바르샤바가 아닌 것 같아"
중심지에서 트램으로 10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임에도 바르샤바와는 다른 세상 같았다. 프라가에는 전쟁 때 러시아가 세운 교회와 건물들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었으며, 여기저기서 다양한 민족들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폴란드에 왔으면 프라가를 가봐야지’ 처음 만나자 마자 프라가에 같이 갈 것을 권했던 마티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글= 김명주
정리= 박종서 기자 js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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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 폴란드 행을 택한 김명주씨는 현재 바르샤바 경제 대학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다. 책을 통해 배우는 것보단 체험을 통한 배움이 더 가치 있다고 믿는 그녀는 폴란드에 가서도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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