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남에 있는 한 백화점에 갔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그곳입니다. 많이 놀랐습니다. 한때 화려했던 백화점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침침한 조명부터 제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몰락해가는 상가의 모습을 떠올렸다면 과장일까요. 2층 오픈 커피숍에 앉아 있는 분들은 대부분 60,70대로 보이는 멋쟁이 노인들이었습니다. 10여 년 전 일본 백화점에서 보았던 장면이 연상됐습니다.
커피숍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프로슈머’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프로슈머는 프로, 전문가라는 단어와 컨슈머, 즉 소비자가 합성된 말입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달인 소비자’인 셈이지요.
요즈음 소비자들 중에는 소비의 달인들이 많습니다. 시장, 백화점, 동네마트,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 TV 홈쇼핑 등 다양한 판매 루트를 통해 비교해본 후 상품을 구입하기 때문입니다. 가격비교는 기본이고, 품질, 서비스까지 꼼꼼하게 저울질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이들 소비달인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기업으로선 마케팅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커피숍에 앉아 있는 멋쟁이 노인들은 어떻게 보면 소비의 달인들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의 구매경험이나 이들의 입소문은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마트에서 소비자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30대 주부들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은 평소 마트를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 주로 이용하는 마트의 장점 등을 쏟아냈습니다. 그들이 쏟아내는 얘기 중에는 깜짝 놀랄만한 것들도 많았습니다. 그만큼 전문성을 가진 얘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기업체 담당자들은 젊은 남성들이었습니다. 참석자들이 쏟아내는 얘기들을 그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개선되기 어려운 아주 미묘한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주부의 말. 그는 아이에게만은 유기농 식품을 사 먹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는 곳은 다름 아닌 재래식 마트였습니다. 별로 세련되지도 않고, 볼거리도 없고, 노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었습니다.
그가 그곳을 자주 찾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그녀들이 농수산물을 살 때만은 별로 세련되지도 않고, 볼거리도 없고, 노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지만 굳이 ‘싫은 그곳’을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상품의 질이 탁월하다 보니 자신의 코드와 맞지 않는 부분들은 감수하는 것이지요.
오랫동안 살아온 내공으로 상품의 품질을 한눈에 알아보는 시니어 소비자들이 검증한 그곳이 믿음직스럽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한평생 채소나 생선을 소비해온 장년층 소비자들은 보기만 해도 상품의 신선도, 품질을 알아차립니다. 그들에게는 매장의 멋진 인테리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품질입니다. 가격 역시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내공있는 소비의 달인들은 이를 보고 상품을 선택하고, 다시 찾기 때문입니다.
품질로 시니어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재래형 대형마트의 급부상. 그 이면에 이런 이유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고령화 사회 마트의 미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일본에서는 백화점이 쇠퇴하고, 재래시장들이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고객의 눈을 사로잡는 외형보다 실속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기 때문입니다. 현명한 소비생활을 리드하고 있는 달인 시니어 소비자들이 이같은 패턴을 앞당기고 있는 것입니다.
내공있는 소비자, 프로슈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되는 금요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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