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중풍이나 심장병 환자에게 쓰는 약을 비급여(환자부담) 처리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의사들은 "경제적 약자들의 생명을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약값이 너무 비싸 어쩔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혈관 속 피떡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항혈전제'의 건강보험 기준을 변경하는 고시 개정안을 최근 발표했다. 이를 보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을 앓은 환자들이 재발 방지 목적으로 약을 쓸 때 '아스피린'만 보험급여 해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초엔 아스피린 뿐 아니라 플라빅스란 약, 혹은 여러 약의 복합처방을 모두 허용했었다.

물론 약을 아예 못쓰게 하는 건 아니다. 환자가 약값을 모두 부담하면 된다. 예를 들어 대표적 항혈전제 '플라빅스'의 경우, 당초 환자는 한 달 약값으로 8000원∼1만 8000원 수준만 부담하면 됐다. 하지만 비보험이 되면 최대 6만 원 정도인 약값을 환자가 모두 내야 한다. 뇌졸중 및 심혈관질환 환자는 한 해 20만 명 정도 발생하며 이들 대부분은 노인이다.


때문에 가난한 노인들은 치료를 포기하거나, 효과가 다소 낮지만 저렴한 아스피린을 먹어야 하므로 국민건강이 훼손될 것이란 게 의학계 의견이다. 대한뇌졸중학회, 대한심장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등 학술단체는 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고시철회 온라인 서명운동도 벌이고 있다.

민양기 교수(한강성심병원, 대한신경과학회)는 "아스피린이 뇌졸중 재발을 20% 정도 막아준다면, 플라빅스는 23% 정도 예방한다"며 "효과가 1%라도 좋은 약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고시가 통과되고)2∼3년만 지나면 뇌졸중 발생이 증가하고, 거기에 따른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균적으로 뇌졸중 환자의 4명 중 1명이 재발한다. 재발한 뇌졸중은 첫 번째보다 더 위험하다.


아스피린을 쓰다 병이 재발하면 그제야 비싼 약을 허락하는 규정도 논란이다. 배희준 뇌졸중학회 홍보이사(분당서울대병원)는 "재발 후 다른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세계 어느 나라도 아스피린만을 쓰도록 규정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플라빅스의 효과가 아스피린보다 좋다는 점은 정부도 인정하는 바다. 개정안을 마련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약간의 효과 차이는 있지만 사회경제적 부담과 비교해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빅스 1알의 가격은 아스피린 1달분에 해당한다.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보건복지가족부도 "지나치게 비싼 약에 치중돼 있는 처방행태를 바꾸려는 의도"라고 했다. 플라빅스는 연간 1000억 원 어치 정도가 처방돼, 전체 의약품 매출 1위 품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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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논란의 핵심 즉 '치료제가 아스피린으로 바뀜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추가 부담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판단기준 특히 한국인에서의 근거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양측이 절충안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는 4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고시개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이와는 별개로 정부는 이 논란이 의외의 변수에 의해 해결될 수도 있음도 내비쳤다. 심평원 관계자는 "플라빅스의 약값이 지나치게 비싼 것이 원인이므로 제약회사가 약값을 자진해서 내리면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주는 식의 방법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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