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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람들]박교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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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 책임법 관련 소송 과학지식이 승패 가른다"
13년 경력의 제조물 분야 국내 최고 베테랑
KT&Gㆍ대기오염 소송 등 굵직한 소송 대활약


[아시아경제 이승국 기자] "제조물 책임법 관련 소송은 과학적 지식이 없으면 결코 승소할 수 없다"
박교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23일 "제조물 소송은 설계ㆍ제조상 결함 등 반드시 기술적인 분석을 필요로 한다. 과학적 지식으로 인과관계를 설명하지 않으면 소송에서 패하고 만다"며 이 같이 말했다.

미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던 1997년부터 올해까지 13년째 제조물 분야 소송을 주로 맡아 온 박 변호사는 국내 로펌 업계에서 '제조물 책임법 전문 변호사'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박 변호사는 "자동차 설계ㆍ담배 제조상 결함 등은 법리보다 설계 혹은 원료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면서 "설계ㆍ제조 과정의 문제로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한 원고의 주장에 대한 인과관계 증명은 과학적인 지식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가 제조물 책임법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밀레니엄 버그(Y2K)'가 계기가 됐다.

그는 미국 유학생활을 마감하고 한국으로 돌아 온 1999년 세종의 파트너변호사가 되면서 전문성을 갖춘 분야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마침 당시에는 Y2K로 세계가 떠들썩할 때였다.

Y2K는 새 천년을 앞둔 1999년 12월31일 각국 정보통신 전문가들의 밀레니엄 버그 대란에 대한 경고였다.

초기 컴퓨터 개발자들이 메모리 사용량을 최소화할 목적으로 컴퓨터가 연도표시의 마지막 두 자리만을 인식하도록 개발해 현재 사용 중인 컴퓨터 역시 대부분 이 방식이어서 2000년 1월1일이 되면 이를 1900년 1월1일로 인식한 컴퓨터들이 대규모 전산 장애를 일으킬 것이라는 것이었다.

박 변호사는 "당시 세계적으로 Y2K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경력뿐 아니라 전문 분야를 확보하는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제조물 분야 전문변호사 4명을 모아 Y2K팀을 구성한 것이 제조물 분야에 발을 들인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지적재산권과 특허, 국제소송 등을 다룬 경험이 있어 제조물 관련 분야도 상당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고, 굵직한 제조물 책임 관련 소송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999년 9월 국내에서 처음 제기돼 지금까지 재판(항소심)이 진행 중인 '담배소송'이 대표적 예다.

외항선원으로 30년이상 담배를 피우다 폐암과 후두암에 걸린 김모씨가 당시 한국담배인삼공사(현 KT&G)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

또 미국에서 담배 소송에 대해 공부한 한 변호사가 금연운동협의회와 함께 담배를 피는 사람 중 폐암에 걸린 환자 6명과 가족 등 30여명을 모아 같은 해 12월 역시 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도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두 사건의 원고들은 모두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는 해외에서 담배의 유해성을 인정하는 판결들이 나와 담배인삼공사에서 국내 유일의 제조물 관련 전문 팀인 세종 Y2K팀에 관련 해외사례 연구 용역을 맡긴 상태였다.

때문에 박 변호사는 자연스럽게 담배인삼공사로부터 두 사건을 수임해 7년여 만인 2007년 1월 1심에서 승소를 이끌어 냈다.

박 변호사는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담배를 피는 사람들 중 10%만 폐암에 걸린다. 그러나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린다는 것을 입증하는 건 어렵다"면서 "담배가 나쁘다는 건 상식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는 건 소비자들의 선택이지, 강요에 의한 행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고 측에서 항소심에서는 담배 제조사가 제조 과정에서 암모니아 성분을 투여해 담배 PH농도에 영향을 미쳐 인체 흡입률을 높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담배 잎 자체의 암모니아 성분도 높다. 요즘엔 제조 과정에서 오히려 암모니아 성분을 빼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담배소송으로 인해 대기오염 소송도 덩달아 맡게 됐다.

대기오염 소송은 녹색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한 40여명이 2007년 2월 자동차 배기가스의 유해물질이 공기를 오염시켜 도로변 거주자들이 천식ㆍ폐기종ㆍ폐질환 등 질병에 걸렸다며 국가ㆍ서울시ㆍ자동차 제조 7개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면서 시작됐다.

박 변호사는 이중 자동차 7개사의 변호를 담당했다.

원고 측은 자동차 제조사가 배기가스가 나오는 저감장치를 제대로 만들지 않고 자동차를 판매해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자동차 설계, 제조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천식 등의 병에 걸렸다는 것은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원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천식ㆍ폐암 등은 유행병과 다르다. 바이러스가 침투해 몸이 이겨내지 못하면 병에 걸린다"면서 "이는 먹는 습관, 환경적ㆍ직업적 요인, 가족력 등 원인이 매우 다양하다.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에 병에 걸렸다고 입증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담배와 자동차 배기가스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들 소송은 제조물 책임법에 따른 것으로 담배와 자동차 배기가스가 몸에 해로운가, 해롭지 않은가가 아니라 담배와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나쁜 것이냐에 대한 다툼"이라고 소송 내용을 명확히 했다.

박 변호사가 담배ㆍ대기오염 소송 등 생소하고, 쉽지 않은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바로 철저한 재판 준비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재판 전에 재판부에서 양쪽 입장을 다 들었을 때 궁금해 할 수 있는 부분, 내가 상대방이라면 하고 싶은 주장, 상대측의 공격 내용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최대한 많이 구상해본다"면서 "소송은 준비한 것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돌발변수도 많다. 사전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가 국내 로펌 업계에서 '물 샐 틈 없는 논리를 펴는 변호사'로 통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박교선 변호사 프로필>
▲1986년 서울대 법대 사법학과 졸업
▲1988년 제30회 사법시험 합격
▲1991년 사법연수원 제20기 수료
▲1991년~현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1997년 미국 U.C. 버클리 로스쿨 졸업(법학석사-LL.M.)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취득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 모리슨앤포스터, 워싱턴 D.C. '피내건 핸더슨 파라보우 가렛&더너' 로펌 근무
▲2000년~현재 KBL 법률고문
▲2002년~2004년 특허청 고문변호사
▲2002년~현재 SBS 고문변호사
▲2008년 지경부 무역위원회 지재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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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국 기자 ink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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