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시장심리 제어'가 관건
[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드라마 선덕여왕을 보면 귀족들이 매점매석을 하면서 장안의 곡물가가 치솟는다. 금을 넉넉히 주고도 곡물을 살 수 없게 되자 여왕은 왕실 곳간의 곡물을 내다파는 '매도 개입'을 단행한다.
왕실 소유의 곡식을 내다팖으로써 곡물가격 하락은 물론 향후 낮은 가격에 재매수할 경우 더 많은 곡식을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개입 의지를 표명한 것. 미실이 그래도 귀족들이 곡물을 내다팔지 않는다면 어찌하시겠냐고 묻자 선덕여왕이 말한다. "그러기엔 다들 너무 높은 값에 사지 않았습니까"
강한 개입의지가 시장 심리를 돌려놓을까. 환율이 하락 기조를 넘어 심리적 쏠림에 주목하는 상황이 됐다. 글로벌 달러 약세가 지속돼 오면서 펀더멘털 상의 하락기조에 이어 최근에는 '매수보다는 매도'라는 인식이 시장에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당국은 대내외적 여건이 원·달러 환율을 아래쪽으로 이끄는 것을 시장 흐름으로 간주하는 한편 낙폭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데 대해서는 강하게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즉 증시나 글로벌 달러 약세,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와 달리 심리적 쏠림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하락은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일 공식 구두개입을 통해 "외환시장 쏠림 과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필요시 외환시장 조치를 취할 준비돼 있다"고 언급했다. 윤증현 장관 취임 이후 첫 공식 구두개입이었던 만큼 효과는 톡톡히 발휘됐다. 1166.6원까지 저점을 찍었던 환율은 당국의 실개입이 이어지면서 장 막판 상승반전했다.
그러나 추석연휴를 지나면서 환율은 여전히 꿋꿋한 하락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당국이 1160원대에서 매수 개입에 나서면서 하락속도는 조절됐지만 같은 패턴의 개입이 지속될시 1150원대로의 하락 테스트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참가자들이 아래에서의 당국 물량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나타내면서 숏플레이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당국개입경계감이 아래쪽으로 쏠린 시장 심리를 돌려놓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역외 셀도 이어지고 있고 원화가 약해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환율 하락에 대한 변함없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선임딜러도 "당국 개입을 통한 하락 속도 조절이 1~2주간은 이어질 수 있지만 환율 하락을 보는 시장참가자들이 너무 많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 또한 지속되는 양상이다. 유로달러 환율은 오전 10시40분 현재 1.4686달러로 상승해 사흘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달러 환율도 89.04엔으로 5거래일째 하락하고 있다. 이날 외신을 통해 아랍 국가들이 원유 거래에서 미 달러 사용을 중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달러 약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한 시장 참가자는 "윤증현 장관 취임 이후 강도 높은 첫 개입에 나선 만큼 당국이 이번에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를 적절히 컨트롤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개입에 대한 경계감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시장 심리에 대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후 1시56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3.5원 하락한 1170.2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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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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