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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버섯과 함께한 삶 40년’ 유창현 산림버섯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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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품종 개량 위해 산마니에게 버섯 종균 구해달라 요청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그러나 강산이 무려 네번이나 바뀌는 세월동안 묵묵히 버섯연구의 외길인생을 살아온 이가 있다.

유창현 산림버섯연구소장이 그 주인공이다. 유 소장이 버섯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1969년 9월. 지금부터 40년전이다. 농생물학과를 전공한 그는 군대 전역 후 바로 농촌진흥청 응용미생물학과(버섯과)에서 버섯에 입문했다.

"사실 그 때만해도 '버섯'이 천직으로 이어질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버섯을 대할 때마다 기능적인 효과가 하나둘씩 밝혀지고, 우리 농가의 주 수입원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도저히 손을 뗄 수가 없었어요."
유 소장은 그래서 버섯과 만난 자기 인생을 두고 '천생연분'이라고 했다.

2004년 농진청을 퇴직한 뒤 '꽤 괜찮은' 제의가 많이 들어왔지만 이듬해 7월부터 산림종합중앙회 산하 산림버섯연구소의 소장 직을 '덥석' 맡게 된 것은 단적인 예다. 버섯의 매력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유 소장을 무려 40년 동안 외길인생을 살도록 한 버섯이 가진 '치명적인' 매력은 무엇일까?

그의 설명은 이렇다. "우선 그 종류의 다양성에 혀를 차게 됩니다. 버섯은 봄부터 가을까지 전국 어디에서나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 밝혀진 것만 1500여종이 자생하고 있죠. 그 중 식용 가능한 버섯은 약 350종이고, 독버섯은 90여종에 이릅니다. 그러나 야생에서 채취해 식용으로 이용하는 버섯은 20~30여종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농가에서 재배한 버섯들이죠."

한마디로 종류가 다양하고, 직접 재배할 수 있는 종도 많아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점이 가장 큰 매력인 셈이다.

버섯은 또한 잘 쓰면 심신에 좋은 효과를 가져다주는 약이 되지만, 독성분이 포함된 버섯 중에 한 개만 먹어도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갖고 있는 야누스와 같은 면모도 있어 쉽게 손을 떼기 어렵다고 한다.

"독우산광대버섯이나 개나리광대버섯 같은 맹독성 버섯은 한 개만 먹어도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또 복통이나 설사, 구토와 같은 위장관 증상을 주로 일으키는 준독성 버섯들도 있고, 정신신경계 독소를 내포해 환각작용을 일으키고 잠이 오게하는 버섯류 등 주의가 필요한 버섯들이 우리 산야에 부지기수죠."

이처럼 버섯은 다종다양하지만 크게 4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우선 식용이 가능한 먹는 버섯으로 대부분 인공재배가 가능한 느타리, 양송이, 표고, 새송이, 팽이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물론 야생 송이, 능이, 꾀꼬리 등 야생 버섯도 먹을 수 있다.

다음은 식용보다는 약용, 즉 기능성 버섯이다. 영지, 상황, 봉령, 꽃송이, 동충하초 등이 유명하다.

세 번째는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관상용 버섯. 산골짜기를 따라가다 보면 검고 큰 버섯군을 보게 되는데 잔나비 걸상, 발굽 버섯 등이 대표적이다. "잔나비 걸상 즉 원숭이 안장 버섯으로 알려진 이 버섯은 마치 일본 원숭이가 눌러 앉은 모습과 흡사하다고 해서 이름을 붙여졌지요. 넓고 쉽게 썩지도 않아, 관상용으로 일본에선 꽤 인기가 있습니다."

마지막이 앞서 언급한 독버섯이다. 유 소장에 따르면 매년 여름 때면 독버섯 주의보를 내리지만 한 해에 20~30명 정도 중독자가 나올 정도로 주의를 요해야 한다.

버섯 종류가 다양한 만큼 전공도 세분화돼 있다. 유 소장 전공은 표고버섯이다. 표고버섯의 품종은 우리나라 토양에 잘 맞아 우리 농가 소득 증대에 적지 않은 일조를 하고 있어 품종개량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국의 표고 생산농가는 9187가구며 재배면적은 2617㏊, 생산액은 2038억원에 이른다.

"일본정부가 자국의 표고품종을 보호출원해서 내년부터는 1200만 달러의 로열티 지불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로 고유의 표고품종 개량이 시급한 때란 거죠. 하지만 일본표고에 익숙하다보니 우리 농가에선 국산 표고품종을 도입하기를 꺼려합니다."

실제로 유 소장 지휘 아래 연구소가 그동안 10개의 국산품종을 개발해 보급했으나 현재 보급률은 30∼40%에 불과하며, 과거 10년 전 국산 보급률 50%에서 계속 하향추세다. 표고버섯 종균의 판매가 자율화되면서 민간배양소가 경쟁적으로 일본품종을 수입ㆍ증식한 종균을 팔아 일본품종 보급률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신품종은 연구기관이 많고 등록된 품종도 150여개가 넘어 수량성이나 품질이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현재 국내 종균 시장의 60%가 일본산 종균이다.

유 소장은 국내에서도 일본과 견주어 경쟁력 있는 버섯 종균을 개발하기 위해선 다양한 버섯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특성을 검증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연구소에선 매년 300개 이상의 교배균주를 육성해 자체 재배시험을 거쳐 선발한 우수균주는 다시 임가 실증실험을 통해 상품성을 검증받게 되죠. 문제는 새로운 품종을 육성하는 재료가 되는 유전자원을 수집하는 데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유 소장은 전국 방방곡곡의 우수 유전자원을 찾아내기 위해 심마니들에게 부탁을 해 버섯종균을 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고 했다. 최근 30여종의 유전자원을 수집하고 총 600여균주를 보존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좋은 품종을 만들려면 다양한 유전자원이 필수이죠. 참외, 수박 씨앗 하나에 좋은 것은 몇 백원 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유창현 소장(사진)이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품종 개량과 함께 재배 방법.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열에 약한 표고버섯 재배가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원목재배 방법에서 톱밥재배형태로 적극 유도하는 것도 온도관리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한 원목재배는 신품종 육성기간이 10년이나 걸리기 때문에, 톱밥재배가 향후 우리 농가에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95% 이상, 일본도 75%가 톱밥재배를 하고 있다. 국내 임가들도 가격이 싼 중국산 톱밥배지를 많이 수입하고 있지만 중국 판매업자의 소규모로 여기저기에서 수집하는 실정이고 품종특성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재배에 실패하는 비율이 높다.

유 소장은 앞으로 종균 수입국인 우리나라를 우수품종 개발과 톱밥재배기술 연구를 통해 종균 수출국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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