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높은 임대료로 공실률 최고 기록
영화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봤던 화려한 뉴욕의 모습은 당분간 영화 속 이야기로만 그치게 됐다.
값 비싼 샴푸를 파는 화장품 가게, 고급 와인바 그리고 최신 트렌드의 부티크가 사라진 자리에 ‘임대문의(FOR RENT)’ 팻말을 붙여놓은 텅 빈 가게와 황량한 거리가 지금 뉴욕의 현실이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는 미국의 경기불황이 뉴요커들의 지갑도 닫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수입이 줄어든 가게들이 높은 임대료를 내지 못하면서 결국 가게문을 닫게 된 상점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마커스 앤 밀리채프 부동산 투자거래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뉴욕 맨해튼의 상가 공실률(업무용 건물에서 비어 있는 사무실이 차지하는 비율)은 6.5%로 1990년대 초반 이후로 가장 높다. 내년 중순에는 공실률이 1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로 유명한 5번가(Fifth Avenue)의 상가 공실률은 15.3%에 이른다. 최신 유행의 부티크와 갤러리, 레스토랑으로 가득했던 소호(SOHO) 구역 역시 최근 10개의 상점 중 한 두 개가 비어있다.
로렌 네이들 입주자 대표 변호사는 “가게 주인들이 높은 건물임대료를 내지 못하면서 사업을 접는 경우가 많다”며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했던 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조금이라도 더 수입을 내기 위해 상점 주인들은 고육지책으로 가게 문을 더 오래 열어두고 있다. 문을 닫은 가게들이 바로 이웃에 있다 보니 뉴욕 주민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콜롬비아 대학의 케네스 잭슨 역사학자는 “뉴욕은 미국의 다른 지역과 달리 의미하는 바가 크다”며 “많은 사람들이 뉴욕을 마지막 남은 보루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가게가 문을 닫을 때마다 상실감과 충격을 느낀다”고 전했다.
맨해튼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브루클린과 퀸즈 구역의 상점 공실률은 7~10%이고 연말까지 12~15%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는 뉴욕시도 발 벗고 나섰다. 지난 13일 맨해튼에서는 ‘중소상인들을 위한 긴급 구조 대책’ 회의를 열어 대책안 마련에 나섰다. 상인들은 뉴욕시의 이번 대책안 마련이 마지막 남은 지푸라기로 보고 있다.
시의회 역시 ‘중소상인구제안’을 검토 중에 있다. 이 안은 상인들에게 10년차 임대 계약과 중재안 마련에 관한 조항을 담고 있다.
그럽 앤 앨리스 부동산 회사의 게리 슈월츠맨 중개인은 “상점 입주자를 잃는 위험은 건물 주인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의 높은 임대료를 적정한 수준으로 낮춰야 할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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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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