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오아시스는 없다. 투자가의 섣부른 낙관론보다 세계은행의 날카로운 비관론을 신뢰하라"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지난 27일 기고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통하는 저명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지난 20일 폴란드의 한 TV 방송에서 세계 금융 위기의 "최악의 시기는 확실히 지나갔다"는 발언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저명 투자가가 세계 경기회복 조짐을 운운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페섹은 그 이틀 뒤 나온 세계은행의 비관론 쪽에 무게를 두었다. 22일 세계은행은 경기 침체가 3월 시점 전망보다 악화할 것으로 판단,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2.9%로 3월 시점의 -1.7%에서 하향 수정했다.



세계은행의 전망은 최근 세계 각지에서 나오고 있는 '그린슈트'론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그럼에도 페섹은 세계은행의 전망 이상으로 사태가 악화할 수도 있다며 비관론에 힘을 보탰다.



그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야 할 신흥시장에서 자본 이탈이 계속되고 있어 빈곤층이나 실업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것이 빈곤국가의 생활수준을 한층 더 떨어뜨려 낙관론을 거론하기엔 아직 성급한 판단이라는 것.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어려움은 충분히 노출됐다. 하지만 개발도상국가들의 어려움은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고, 이들 국가의 위기가 이제서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페섹은 설명한다.



세계은행은 개도국 경제가 수출이나 외국에서의 송금, 직접투자에 의한 자본 유입 감소로 "큰 폭으로 악화될 것"이라고 지난 22일 보고서에서 경고했다. 더불어 올해 개도국 자본 유입은 3630억 달러로 정점을 기록한 2007년의 1조2000억 달러를 큰 폭으로 밑돌 것으로 세계은행은 전망했다.



페섹은 개도국에 투자를 포기한 투자자들이 늘면서 새로운 침체의 씨앗을 뿌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아시아 각국은 자력 성장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는 진행 속도도 빨랐고 심각했음에도 이 지역이 예상보다 빨리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 경제가 확대 국면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당시 )은 당시 미국을 '번영의 오아시스'라고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페섹은 더 이상 오아시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중국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경제 규모나 영향력으로 볼 때 당시 미국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데다 인도나 브라질도 마찬가지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한국에서부터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개발 도상에 있는 국가들은 수출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자력 성장을 위한 정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소로스는 지난 20일 인터뷰에서 "이번 위기는 평생 가장 심각하다며 하나의 시대가 끝난다. 문제는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까다"라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페섹은 주식시장이 안정돼도 신용 위기는 경제에 계속 영향을 줄 것이며, 각국이 안고 있는 어려움이 시장에 고스란히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따라서 이처럼 악순환이 계속되는 가운데선 투자가(소로스)보다 권위있는 금융당국(세계은행)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페섹은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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