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에서 피랍ㆍ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엄영선(34ㆍ여)씨는 "나는 순례자, 돌아다니는 영혼"이라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엄 씨는 지난 1월 올린 글에서 "지난(2008년)10월에 예멘에 와서 잘지내고 있다"고 현지 도착 후의 느낌을 썼다. 또한 "귀여운 ○○를 즐겁게 가르치고 있다. 네덜란드 룸메이트와 지내고 있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하면서 적응을 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엄 씨는 의료자원봉사단체인 월드와이드서비스 봉사원의 자녀를 교육하기 위해 예멘에 갔었다.
12월에는 생일 파티와 크리스마스 파티를 통해 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다며 행복했던 때를 추억했다. 엄 씨는 이 때 "현지인과 대화하기 위해 아랍어를 배우고 있다"며 "한국인, 네덜란드, 독일인으로 구성된 우리 팀은 대부분 병원에서 일하고 지역주민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예멘의 안전 상황에 대해서는 "한달에 두 세건씩 외국인 납치가 있다"며 "수도인 사나로 갈 때면 하나님께 기도한다"고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엄 씨는 하지만 '루이스 VS 프로이트'를 읽고 블로그 전면에 "자기가 선택한 가치관에 의해 삶의 목적과 태도가 결정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목적을 점검하였고, 그 목적에 따라 선택한 일들을 후회하지 않음에 그 분께 감사 드린다"고 굳은 마음을 보였다.
엄 씨는 8월 말에 집(한국)으로 돌아가 연말에 터키에 갈 계획을 밝히면서 아버지와 여동생이 건강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아버지가 하나님을 좀 더 알기를 원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엄 씨는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사다 현지에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정부의 공식 발표 후 엄 씨의 아버지와 여동생은 16일 오후 서울 도렴동의 외교통상부를 방문해 출국을 위한 여권발급 절차를 밟았다. 엄 씨의 아버지는 묵묵히 땅만 바라보며 돌아갔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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